15개월만에 해외주식 순매도 전환
환율 고점 경신에 간접투자 활발
해외 주식에 투자해 온 서학개미마저 이탈 러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화증권 보관액이 줄고 있는 가운데 매도 주문이 계속 몰리고 있다. 연일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직접투자에서 빠진 자금은 간접투자시장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악조건에도 해외 주식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고(高)환율 지속 전망에 우회로를 찾는 투자자의 발걸음이 계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3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810억 달러로 전월(931억 달러) 대비 약 13%(121억 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주식 보관액(621억→500억 달러) 감소가 눈에 띈다. 일본주식(28억→27억 달러)과 중국주식(19억→18억 달러) 보관액이 소폭 줄어든 것과 차이난다. 심지어 유로주식(1억7900만→2억1500만 달러)의 경우 보관액이 되레 늘었다.
이달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250억 달러로 전월(195억 달러) 대비 크게 늘었다. 다만 매매체결 내용을 보면 분위기가 이전과 다르다. 매도 우위로 대부분 주식을 던지기 위한 거래였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도는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투자자들의 이같은 매매동향은 변동장세에 따른 손절매라기보다는 차익 실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개인들이 꾸준히 모아왔던 종목들이 대거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개인은 이달에만 테슬라를 14억7245만 달러 매도결제했고 나스닥100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PROSHARES ULTRAPRO QQQ ETF’도 10억2572억 달러나 팔았다.
전문가들은 외화증권 보관액 감소에 대해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전략과 원·달러 환율 부담에 따른 신규 투자자의 시장 진입 부담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최근 환율은 연일 고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전날 환율은 장중 1350.8원까지 치솟으며 13년4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3.7원 내린 1346.7원에 거래를 마치며 한 호흡 고르기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를 막을 만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분간 달러 초강세 현상과 원화 추가 약세 압력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며 “파운드, 유로와 더불어 위안화 약세 현상이 추가적으로 이어지면서 환율 상단을 140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 자체가 꺾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모 해외펀드 순자산총액은 최근 한 달(8월1일~30일) 간 1조6630억원이 늘었고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ETF 설정액도 1163억원이 불어났다. 환율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 우회로 개척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학개미는 이미 글로벌 ETF 투자에 익숙하다”며 “경우의 수도 많지만 투자 할 ETF도 많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