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가 달라졌더라. 단단히 준비하고 오신 듯"
강한 의지 보인 尹대통령에 대통령실 지원사격
지난달 집중호우 대응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
"새 정부 신뢰 여부 결정된다는 각오로 임해"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는 역대급 태풍 '힌남노'의 북상에 윤석열 대통령이 '24시간 비상대기'를 선언하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머물려 대응태세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지난달 집중호우 사태 당시 대통령실의 전체적인 '대응 미숙'이 질타를 받았던 점과 비교해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출근길부터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고 착용한채 모습을 보인 윤 대통령은 수시로 청사 내 위치한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하며 전국의 현황을 보고받고 일선 정부 부처와 지자체, 구조 관련 유관 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를 거듭 강조했다.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은 "이 자리를 빌려서 재난관리와 구급 구조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께 말씀드린다 선조치 후보고다. 모든 국민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바지가 달라졌더라.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오신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의 의지를 설명했다. 대통령실 또한 전 부처가 24시간 교대근무를 시행하며 윤 대통령 지원사격에 나설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방침은 두 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당시 자택에서 상황을 지휘한 사실 등이 알려져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기에, 달라진 모습으로 국정 운영 책임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번 태풍이 지나간 후 곧바로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윤 대통령의 위기 대처 모습에 따라 민심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는 관측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날 늦은 시각까지 참모진들과 함께 회의를 거듭했다. 강인선 대변인에 따르면 오후 9시경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대비 상황을 보고하며 "구조나 구급을 위한 소방과 해경, 지자체 지원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 재난 현장에 군과 경찰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 건의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종섭 국방부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즉각 전화를 걸어 "안보와 치안도 국민 안전을 위한 한 축인만큼 군과 경찰이 지역별로 재난 대응 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가용 인력을 최대한 재난 현장에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군경은 위험지역 주민들의 사전 대피를 지원하고,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신속한 응급 복구 등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6일에도 대외 일정을 잡지 않고 청사에 머물 예정이다. 자정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한반도가 힌남노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만큼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태풍 대응에 새 정부를 향한 국민의 신뢰 여부가 결정된다는 각오로 전 부서가 임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강력한 의지를 보였으니 직원들도 합심해 단단한 각오로 업무에 임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