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헌 개정은 무효" vs 국힘 "이준석, 가청분신청 자격 없다"
법조계 "'소급금지원칙'은 일반 법률에 적용되는 것…당헌·당규에는 적용되지 않아"
"만약 당헌·당규에 대해 사법부가 판단 내리면 정당의 자율성 해치는 결과 초래"
"법원 28일 두 사건 합쳐서 심리한다며 판단 미룬 것은 변수…이준석 손 들어줄 수도"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14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까지 1시간 동안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국민의힘 개정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사건을 심문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당헌 개정이 최고위원들이 사퇴한 이후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완성된 사실 관계에 진정 소급하는 것이라 (개정 당헌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준석 전 대표는 새로운 비대위 설치로 당 대표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의 자격이 없다"며 개정 당헌을 근거로 새 비대위를 출범했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고 맞섰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소급금지원칙'은 일반 법률에 적용되기 때문에 당헌이나 당규에 적용될 지는 의문"이라며 "다만, 두 사건을 합쳐서 심리하게 된다면 당헌을 개정한 것은 정진석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고,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개정 당헌이 만들어지는 절차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이 전 대표 측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을 요청한 개정 당헌은 국민의힘 당헌 96조 1항이다. 이 당헌은 개정 전까지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의 경우를 비상상황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개정 당헌은 비상상황을 '당 대표 등 사퇴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 등 궐위', '그 밖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한 경우' 등 3가지 사례로 보다 구체화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개정 당헌이 '소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반발했다. 구체적으로는 김재원·배현진·정미경·조수진 등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이 직을 내려놓은 것에 개정 당헌을 끼워 맞췄기 때문에 '소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개정 당헌이 이준석 개인을 노리는 처분적 법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재식 변호사는 "이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소급효 금지 원칙'은 일반 법률에 적용되기 때문에 당헌이나 당규에 적용될 지는 잘 모르겠다"며 "이 원칙은 구체적으로 이 전 대표를 명시했을 때 적용될 텐데, 지금처럼 추상적으로 당헌을 개정한 경우에는 해당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정 당헌이 처분적 법률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며 "개정 당헌에 '이준석'이라는 이름이 나온다거나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 사건 등을 명시해 특정 개인을 지적하는 경우에는 처분적 법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개정 당헌은 그렇지 않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법률사무소) 역시 "소급효 금지 원칙은 일반 법률에 적용되는 것이지 당 내부의 규칙을 정해놓은 당헌이나 당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며 "만약, 당헌이나 당규에 대해 사법부가 판단을 내릴 경우 정치적 행위에 대한 '정당의 자율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법원이 일반 법률과 거리가 있는 당헌 당규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심각한 정치의 사법화"라며 "만약 법원이 당헌을 두고 옳다, 그르다는 판례를 낸다면, 앞으로 법원이 정당 정치에 관여할 수 있게 만드는 헌정 사상 초유의 판결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국민의힘 측은 '비대위 전환 요건인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첫 가처분 결정을 받아들여 기존 비대위 기능을 정지했고, 개정 당헌을 근거로 새 비대위를 출범했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는 주장을 펼쳤다. 법원은 양측 입장을 듣고 개정 당헌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오는 28일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재식 변호사는 법원이 판단을 미룬 것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후 판결을 봐야 알겠지만, 두 사건을 합쳐서 심리하게 된다면 '현 국민의힘 상황으로 볼 때 당헌을 개정한 것은 정진석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을 정진석 의원으로 대체하기 위해 당헌을 개정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 재판부가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개정 당헌이 만들어지는 절차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이 전 대표 측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