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후보지 선정 기술공학적으로 공정했다고 해도, 사전에 충분히 정보 전달했어야"
"750t 방침 없다면 마포구, 서울 쓰레기 절반 처리 독박소각…명확한 추가 부지 선정 방침 있어야"
"배점표 항목 중 기존 시설과의 중복 항목, 100점 만점에 30~50점 돼야…2~3점대"
서울시 "2035년까지 기존 시설 철거…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특정구 주민과 사전협의 못 해"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현 자원회수시설을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 최적 입지 후보지로 선정한 타당성 조사 과정과 결과 개요를 공개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포구 상암동 부지에서 일평균 1750t의 '독박 소각'을 하지 않도록 추가 부지를 새로 선정하겠다는 명확한 방침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기존 자원회수시설을 오는 2035년 철거한다고 거듭 밝히며, 주민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시는 특히 "당초 소각장 후보지를 정하지 않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특정구 주민들과 협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동구 시의원이 부지 선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것 아니냐는 논란과 관련해서는 "강동구 시의원은 단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신규 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과정 및 결과 개요를 15일부터 오는 10월 6일까지 20여일간 공개할 방침이다. 공개 자료는 서울 전역 6만여개소 중 최소부지면적 1만5000㎡을 기준으로 입지선정위원회가 추린 1차 후보지 36곳 목록과 배제기준을 적용해 압축한 2차 후보지 5곳, 이들 후보지에 대한 평가기준과 각 후보지가 받은 점수, 회의록 등이다. 다만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상암동 외 2차 후보지 5곳의 지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구체적 지명을 거론 할 경우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시의 신규 소각장 시설 계획이 전무한 데다, 주민공론화 과정이 미흡해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준섭 한국갈등학회 부회장은 "정책이 기술공학적으로만 정해져서는 안 된다. 아무리 후보지 선정 과정이 기술공학적으로 공정했다고 자평하더라도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노력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기존 시설을 철거하겠다는 계획은 있지만 그 계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지금 공개된 게 없다. 구체적으로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면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부회장은 "서울시의 행정 처리는 마치 블랙박스처럼 보인다"며 "저 안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결정됐느냐 물어보니 28개 기준을 적용해서 골랐다고 답을 하고, 그 기준이 뭐냐고 물으면 그제서야 또 대답을 하고, 5개 선정된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은 또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증요법 처방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어 "처음부터 공개할 정보와 공개하기 어려운 정보를 안내하고, 약속을 지켜나갔어야 했다. 다만 공개 못할 부분은 최소화해야 한다. 정보가 필요하다면 비공개를 전제로 보여주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삼진 한국환경조사평가원 원장은 "이미 하루 750t 소각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 1000t 추가해 서울시가 하루 1750t을 소각하겠다는 것인데, 적어도 750t은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서울시 계획이 나와야 된다"며 "마포 소각장이 문을 닫으면 750t은 어딘가에 처리를 해야 되는데 여기에 대해 서울시가 아무런 방침이 없다면 마포구로서는 서울 쓰레기 절반 이상을 처리하는 '독박 소각'이 돼 버린다. 추가 부지를 새로 선정하겠다는 명확한 방침을 세워야 마포구 주민들도 '750t은 다른 데로 가는구나'라고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원장은 "5개 분야에 28개 항목으로 정량평가를 거쳐 마포 상암동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발표했는데 이 항목도 처음에는 공개하지 않다가 시민들의 압박이 거세지자 떠밀리듯 공개한 측면이 있다"며 "5개 최종 후보지로 추정되는 강동구와 하남시가 있는데, 강동구 시의원이 부지 선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선수가 일종의 심판으로 참여한 격인데, 시의원도 배점 점수를 매기는데 관여했는지 경위가 공개가 돼야 한다. 이렇게 행정의 투명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민 설득을 하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 원장은 "쓰레기는 발생원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며 "소각장이 한쪽에 치우쳐선 안 된다. 목동과 사실 마포는 붙어 있는데 여기다 또 소각장을 신설하게 되면 3곳에서 2150t을 소각하게 되는 셈이고, 이는 도시 균형에 맞지 않는 독박 소각"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배점표 항목 중 기존 시설과의 중복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그 조항이 적어도 100점 만점에서 30~50점은 돼야 한다. 지금은 추정하자면 2~3점대인데 이건 말이 안 된다"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신규 시설은 2026년 말 준공돼 2027년부터 가동을 시작하고, 기존 시설은 2035년 철거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35년 기존 시설은 철거한다고 이미 밝혔고, 시민들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말을 바꾸면 안 된다"며 "아직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신규 부지를 구체적으로 어디로 정할지는 결정된 바 없지만 기존 시설 철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항목 중 '기피 시설 중복 여부'와 관련해서는 "소각장뿐만 아니라 하수처리 시설, 음식물 처리장과 같은 기피 시설이 다른 후보지에도 다 있었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공론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초 소각장 후보지를 정하지 않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특정구 주민들과 협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앞으로 주민설명회나 주민소통협의체를 구성해 주민들 의견을 충분히 듣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강동구 시의원이 부지 선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것 아니냐는 논란과 관련해서는 "강동구 시의원은 단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일축하고, "지표와 배점은 이미 올해 5월 9차 회의에서 끝난 상황이며 의원들이 점수를 매기는 구조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보궐선거에 당선되기 5개월 전인 2020년 12월 신규 소각장 건립을 위해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렸다. 2019년 5월, 9월 두 차례에 걸쳐 입지 공모를 실시했지만 신청한 자치구가 없어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을 통해 소각장 건립을 추진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주민대표 3명, 전문가 4명, 시의원 2명, 공무원 1명 등 총 10명이 11번의 회의를 거쳐 28개 항목에 대한 정량평가를 통해 마포자원회수시설이 위치한 상암동에 신규 소각장 부지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