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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인수에 태클 거는 대우조선 노조…'혈세 연명'이 달콤했나


입력 2022.09.27 11:29 수정 2022.09.27 11:2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매각 과정에 노조 참여" 요구…M&A 후 처우개선 요구 위한 포석?

상급단체 금속노조는 "하청노조 손배가압류 포기" 끼워 넣기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7일 '한화 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이 한화그룹으로의 인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이후 21년 간 민간기업도 아니고 공기업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서 수 차례의 혈세 지원으로 연명하던 기업이 드디어 새 주인을 찾게 됐는데, 정작 근로자들이 막아서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26일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투자유치 계획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노동조합 참여 없는 일방적인 밀실‧특혜매각에 분노한다”면서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밀실‧특혜매각을 진행한다면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물리력을 동원해 전면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7일에는 대우조선 노조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한화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산은 발표가 ‘특혜매각’이라고 재차 주장하면서도 한화에 대해 인수 이후 경영정상화, 고용유지, 지역경제 발전 등을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금속노조는 “한화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인수와 함께 하청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모두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라”고 주장하며 지난 8월 도크 점거농성 당시 이뤄진 하청노조 손배가압류 문제를 슬며시 끼워 넣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 노조 및 금속노조가 한화로의 매각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는 이를 기회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대우조선 매각에 대해 ▲동종사 매각반대 ▲해외매각 반대 ▲분리매각 반대 ▲투기자본 참여 반대 ▲당사자(노동조합) 참여 보장 등 5대 방침에 따를 것을 요구해 왔다.


애초에 노조가 기업 M&A 과정에서 노조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동종사에 매각될 경우 중복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으로 고용보장이 지켜지지 않을 우려가 있고, 해외 매각시 국가 기간산업 설비 및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 안보상 문제로 상선과 특수선(방산) 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것 역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투기자본에 회사를 넘길 경우 투자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먹튀’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과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계열사가 없고, 국내 기업이며, 상선과 특수선 부분을 모두 인수키로 했고, 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 투기자본을 끌어들이지도 않았으니 위의 4가지는 모두 충족했다.


노조가 문제 삼는 것은 5대 방침 중 마지막인 ‘노조 참여 보장’이다. 매각 방식이나 대상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노조를 참여시키라는 것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2만 구성원들의 생존권과 경남지역 전체 경제를 고려해 당사자인 노조와 사전 논의를 걸쳐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해 왔으나 산업은행은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하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동종 기업 현대중공업그룹이 아닌 한화그룹으로 인수될 경우 고용보장 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노조가 반발할 명분이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매각을 위해 다각적으로 원매자를 물색했음에도 불구, 현실적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해 정상화시킬 만한 자금력과 사업 시너지, 경영 의지를 가진 곳은 한화그룹이 유일하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 거래를 추진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에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이 무산되면 또다시 장기간 산업은행 산하 기업으로 남아야 하는 게 대우조선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노조가 반발에 나선 것은 결국 인수 결정 이후 근로자들의 처우 등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게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경우 이 기회를 이용해 하청노조 손배가압류 문제까지 해결해 보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역시 한화그룹 외에 대안이 없다는 걸 알텐데 이번 딜을 반대하면 앞으로도 계속 산은 산하에서 혈세로 연명하겠다는 얘기밖에 안된다”면서 “일단 반대부터 해놓고 인수 과정에서 임금, 복지 등의 요구안을 관철시키는 지렛대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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