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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㉙] 군내 가혹행위로 숨진 윤 일병, 국가는 책임 없다…왜?


입력 2022.10.06 05:14 수정 2022.10.05 19:04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윤 일병, 2014년 선임들 가혹행위로 사망…1·2심 "가해병사 책임만 인정"

법조계 "군내 관리 소홀·은폐 정황 증거, 국가가 감독하지 못한 것 입증 어려워"

"헌법상 이중배상 금지…윤 일병 2017년 이미 순직처리, 추가 배상 어려워"

"은폐·조작 사건만 국가 배상 가능…입증책임 국민에게 있어 어려워, 국가가 배상 도워줘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전경 ⓒ데일리안 DB

지난 2014년 군대에서 선임들에게 가혹 행위를 당해 숨진 고(故) 윤승주 일병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가해 병사의 책임은 인정되지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군내 관리·감독 소홀이 인정돼야 하는데 그 과정을 입증하기 어렵고, 헌법상 이중배상은 금지돼 있어 이미 순직처리 된 윤 일병의 경우 추가 배상은 힘들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윤 일병의 유족 4명이 국가와 가해 병사 이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상고심 절차 특례법에 따라 대법원이 별도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원심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다.


윤 일병은 2014년 3월 육군 제28사단에서 병장이었던 이 씨를 비롯해 병장 하모 씨 등으로부터 집단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한 뒤 같은 해 4월 숨졌다. 조사 결과 이 씨 등은 윤 일병에게 가래침을 핥게 하고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심한 가혹행위를 가했다. 또 종교 행사에 못 가게 강요하거나 침상에 던진 과자를 주워 먹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일병이 숨진 후 군 당국은 윤 일병의 사인에 대해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따른 뇌손상'이라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폭행 및 가혹 행위에 따른 사망으로 변경했다. 이를 두고 유족들은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이 씨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이 씨가 총 4억907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지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군 수사기관의 수사와 발표에 위법성이 없었고, 군이 고의로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또한 이 씨의 손해배상액 지급 기한만 일부 수정했을 뿐 국가의 배상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군인권센터의 윤 일병 사망사건 국가배상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법조계는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국가가 군 내에서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거나 사실을 은폐한 정황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회 김남근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국가가 감독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법원이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라며 "오래 전 군산 집성촌 화재 사건에서 경찰들이 집성촌의 존재를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처럼 증명해야 하는데, 이게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헌법에서는 이중배상을 금지하고 있다. 윤 일병의 경우 2017년에 순직 처리가 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배상 또한 어렵다.


원곡 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헌법 29조 제2항에 보면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며 "윤 일병은 순직 처리가 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이에 따라 가혹행위 사망에 대해 국가 배상까지는 가기 힘들다"며 "은폐하거나 조작한 사건에 대해서는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법조계는 국가 배상을 받기 힘든 것도 문제지만, 입증 과정부터 가해자 배상금을 받는 것까지 유족들에게는 어려운 과정이라며 이들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입증 책임이 국민에게 있기 때문에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은 국가인데도 유족들이나 소송하는 쪽에서 확보해야 입증이 가능한 것"이라며 "자료 확보하는 어려움에 있어 유족의 고통을 덜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는 "이 사건은 현재 가해 일병이 구치소에 있기 때문에 이 씨가 유족에게 배상해야 하는 배상금 또한 윤 일병의 유족들이 받기 힘들다"며 "민사 소송의 경우 실제로 못 받는 일이 많다. 그렇다면 유족들이 배상금을 받는 과정까지 직접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절대 개인이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가 유족들이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 손해배상금을 받는 것이 과연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최소한 국가가 이 씨가 유족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우선 지급하고 이 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유족의 수고를 덜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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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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