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유학하던 파키스탄인, 인천 출입국 상대 소송서 승소
아내와 결혼한 뒤 처가서 "한국에 찾아가겠다" 협박…가족 동의 없는 결혼, 명예살인 이뤄져
재판부 "스스로 선택한 혼인 상대와 결혼할 수 없도록 강제, 인격권·행복추구권 박탈"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하고도 본질적 침해"
가족으로부터 이른바 '명예 살인' 위협에 시달린 파키스탄 국적 외국인 가족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인천 출입국·외국인청장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파키스탄 국적인 A씨 부부와 자녀의 승소를 확정했다.
한국에서 유학하던 A 씨는 2016년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아내 B 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으나 상대 집안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한국에 난민 신청을 했다.
이들 부부는 본국에서 B 씨가 가족에게 납치와 구타, 살해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현지 법원에 구제를 청구했으나 뇌물을 받은 경찰관이 도리어 B 씨의 가족을 도왔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 자녀를 낳아 키우고 있는데도 B씨 가족이 여전히 "한국에 찾아오겠다"며 협박하고 있다고도 했다. 파키스탄은 여성이 가족 동의 없이 스스로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건 가족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으로 간주해 살해하는 '명예 살인'이 이뤄진다.
그러나 출입국·외국인청은 A 씨가 국내에서 구직 활동을 해왔고 그의 친족이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 난민 신청을 한 이력이 있는 점을 들어 A씨 가족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처분에 불복해 2020년 제기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당국의 처분을 유지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들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의사에 반하는 결혼을 강요하거나 스스로 선택한 혼인 상대와 결혼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 이혼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모두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성적 자기 결정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하고도 본질적인 침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출입국 당국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