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창건일 맞아
보름간 이뤄진 군사훈련 공개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을 맞아 국방 분야 성과를 대대적으로 조명하고 나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농업·국방 성과를 공개적으로 주문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및 각종 자연재해 여파로 농업 성과가 미미하자 국방 성과에 더욱 힘을 싣는 모양새다.
10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나라의 전쟁 억제력과 핵 반격 능력을 검증·판정하며 적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조선인민군 전술핵 운용 부대들의 군사훈련이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진행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간 중 10월 6·8일에는 전선 장거리 포병 구분대들과 공군 비행대들의 화력타격훈련도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해당 기간 이뤄진 주요 훈련들을 직접 지도했다.
특히 통신은 전술핵 운용 부대의 군사훈련과 관련해선 "미 해군 항공모함과 이지스구축함, 핵동력(추진) 잠수함을 비롯한 연합군의 대규모 해상전력이 조선반도(한반도) 수역에서 위험한 군사연습을 벌이고 있는 시기에 진행되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해군 항모강습단이 약 5년 만에 부산 작전기지를 찾아 한미 및 한미일 훈련을 연이어 진행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각종 도발을 감행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보름 새 이틀에 한 번꼴로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이어왔다. 다만 도발 다음날 주요 매체를 통해 발사 목적 및 제원을 공개해온 관례에서 벗어나 '침묵의 도발'을 거듭해 배경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북한 주요 매체들이 당 창건일 아침에 보름간 이뤄진 무력시위 내용을 대거 공개한 것은 관련 성과를 김 위원장에 돌리며 내부결속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지난 5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뭄, 홍수, 태풍 등의 피해를 잇따라 겪으며 농업 성과 달성에 어려움을 겪자 국방 성과를 더욱 부각하려 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날 북한 주민들이 직접 소비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높이 모신 조선노동당의 위업은 필승불패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에 나선 각종 훈련 내용은 2~8면을 채웠다.
신문은 해당 사설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동지의 탁월한 사상과 영도가 있기에 우리 당과 국가, 인민의 앞길에는 끝없이 밝고 창창한 미래가 펼쳐져 있다"며 "모두 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높이 모시고 혁명하는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을 깊이 간직하고 조선노동당의 위업, 주체의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위하여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전술핵 운용 부대들의 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핵 전투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등 국제사회가 제안하는 '조건 없는 대화'를 거부하며 지속적으로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 훈련 과정을 통해 핵 투발수단 다양화가 이뤄졌음을 증명했다. 저수지에서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한편, 화성-12형 개량형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향후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할 경우 북한 위협 수준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