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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당근이세요” 비움과 나눔, 득템의 중고거래


입력 2022.10.20 14:45 수정 2022.10.20 14:45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거래 완료’

중고거래가 보편화된 요즘이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가 2003년 첫 영업을 시작한 이래 중고거래 시장은 규모도 커지고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번개장터’와 ‘헬로마켓’ 그리고 ‘당근마켓’ 등의 중고거래 사이트가 생겼으며 2022년 현재 중고거래 시장 거래액은 20조 원을 훌쩍 넘겼다. 이렇다 보니 누구나 중고 거래에 얽힌 이야기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는 기분 좋고 웃음을 유발하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는가 하면, 누구에게는 불쾌하고 좋지 않은 사연도 있다. 다양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만큼 중고거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거래 완료’는 누구나 경험해 본 중고거래와 관련된 다양한 사연을 옴니버스 형태로 묶은 신선한 독립영화다.


중고거래 앱에 올라온 다섯 개의 물건, 다섯 명의 판매자와 다섯 명의 구매자 그리고 이들의 거래를 기록하는 한 명의 작가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성적 조작 파문으로 퇴출당한 야구선수가 초등학생에게 야구 잠바를 판매하는 사연이고, 두 번째는 수능을 앞둔 두 학생이 정해진 시간에 깨워주고 재워주는 스위치를 매매하는 이야기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록가수를 꿈꾸는 교도관이 전기 기타를 사기 위해 무명의 록밴드 연습장에 찾아간다. 네 번째는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는 여대생이 멋진 레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교도소로 가서 죄수와 거래하는 내용이며 마지막 에피소드는 여동생에게 코트를 선물하기 위해 소중한 책을 팔러 가는 무명의 작가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옴니버스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섯 개의 스토리는 에피소드별 독립적 이야기인 동시에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는다. 예를 들어 한 개의 에피소드를 이끌었던 주연 캐릭터가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조연 또는 단역으로 등장한다. 관찰력이 뛰어난 관객이라면 스치듯 지나가는 조연 및 단역 배우가 다음의 에피소드에서 다른 배역에서 주인공을 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캐릭터들 사이에 숨은 관계를 파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각각의 에피소드가 하나로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섯 개의 이야기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묵은 영화 ‘거래완료’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1999년 작품 ‘매그놀리아를 오마주 하기도 했다.


현대인에게 익숙한 중고거래를 소재로 공감대와 흥미를 유발한다. 애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듯이 우리에겐 당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중고거래 앱이다. 직거래를 하는 당사자들은 서로에게 “당근이세요”라고 묻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중고거래를 소재를 공감대를 형성하며 야구점퍼, 게임기, 수면유도기, 전기 기타, 문학전집 등 중고물건에 얽힌 사연과 그것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특별한 인연을 유쾌하고 따뜻한 판타지로 빚어냈다.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도 담겨져 있다. 조경호 감독은 우리에게 일종의 놀이이자 문화가 된 중고거래에 얽힌 사연을 통해 중고품이 버림이 아니라 나눔과 물림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채움과 득템의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삶에 지쳐 잊혀진 꿈과 희망, 추억의 감정들이 낙관적으로 때로는 환상적으로 그려 치유의 의미까지 담아냈다.


MZ세대는 소유보다 사용경험에 중점을 둔다. 더욱이 이들은 중고 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 영화 ‘거래완료’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고거래 시장에서의 에피소드를 통해 비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젊은 세대들의 의식과 세태를 재미있게 반영하고 있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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