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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침묵 일관하던 이재명, '검찰 칼' 턱 밑 오자 입 열었다


입력 2022.10.21 00:05 수정 2022.10.21 00:32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檢, 李 '최측근' 김용 체포·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

리스크 확산 조짐에 李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해" 반발

주변에 "걱정할 필요 없다" 강조하며 분위기 수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침묵을 깼다. 그간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검경의 전방위적 수사에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리스크가 당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강경한 태도로 선회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대선 자금 의혹에 대해 "진실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검찰의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이 있는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서는 "정치가 아니라 이것은 그야말로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전날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하고,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의 수수 시점이 이 대표의 대선 캠프 활동 시기와 겹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자금이 이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활용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며 "이런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자금 운운하는데 불법 자금은 1원도 쓴 일이 없다"며 "김 부원장은 오랫동안 믿고 함께했던 사람인데 저는 여전히 그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관해 입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의 '침묵'은 검찰의 수사에 대해 언급할 경우 '이재명 대 검찰'이라는 구도만 부각돼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더 이슈화되리라는 걸 우려한 것으로 해석돼 왔다.


이 대표는 오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관련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권세나 세력의 성함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의미)이라고 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으로 영원한 권력이 어디 있겠냐"며 "칼로 흥한 사람, 칼로 망한다는 말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는 정권이 돼야 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내 손 안에 있고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것 같지만 이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대표가 적극 입장 표명에 나선 건, 검찰의 칼끝이 자신을 넘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가 개인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이 대표도 침묵을 유지했을텐데, 검찰이 당사를 건드렸고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확대했으니 '당대표'로서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로 인해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민주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번에도 계속 침묵하면 당내 불안감만 더 커지지 않겠느냐"며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실제 당 지도부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의 MBC 라디오 인터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당한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처할 것", "대선 자금과 관련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또 주변에 "여러 가지 사안으로 수년 동안 계속 시달려왔기 때문에 결백하다는 것 외에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없다. 결백하지만 이를 당장 국민에게 알릴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고 진성준 원내석부대표가 이날 SBS라디오에서 전했다.


다만 이 대표의 입장 표명에도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를 겨냥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당내 분위기는 한동안 어수선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설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를 직접 만나 '이런 저런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그건 우리가 당에서 맡아서 막을 테니까 대표로 나오지 말라'는 주문을 했었다"며 "사실인 것은 나중에 밝혀지고 아닌 것도 밝혀지겠지만 여부에 상관 없이 검찰이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당 전체를 공격할 것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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