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여", "헤드 다운"(head down)
최근 필리핀 세부공항에서 발생한 대항항공 여객기 활주로 이탈사고 당시 비상상황 대처를 한 승무원들이 존대가 아닌 반말로 승객들에게 지시를 했다는 목격담이 들려왔다. 승무원들은 매뉴얼대로 모범적인 대처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한 일부 탑승객들은 혼란을 겪기도 했다.
지난 23일 여객기가 비상 착륙할 당시 기내에 타고 있던 탑승객 A씨는 사고 직후 온라인에 "비상 착륙한다는 기장의 방송 이후 랜딩 시도하자 모든 승무원이 소리를 지르는데 처음에는 이 소리 지르는 것 때문에 더 놀랐다"며 "승무원이 머리 박아(head down)를 반복하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탑승객 B씨도 "활주로에 닿는데 '쾅' 소리가 났다. 소리가 너무 컸다. 당시 승무원들이 '머리 숙여'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증언했다.
탑승객들의 목격담이 전해진 뒤 온라인에서는 "비상상황에 승무원들이 고압적으로 소리치며 대처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승무원들이 "우왕좌왕했다", "침착하지 못한 것 같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항공전문가들은 비상상황시 승무원들이 보다 강압적인 태도로 명령하듯 승객들을 탈출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사 기장으로 근무 중인 C씨는 "반말로 소리쳐야 패닉 상태의 승객들이 단순 간단명료한 지시에 반응을 할 수 있다"면서 "저 절차가 수많은 비상착륙과 인간의 본성을 연구한 끝에 나온 최선의 절차다. 비상착륙과 연이은 비상탈출은 교과서적인 모범사례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6년 JTBC '뉴스실험실'에서 실험한 바에 따르면 비상상황 모의 탈출 훈련 당시 승무원들이 존댓말로 차분하게 탈출을 안내했을 때보다(1분44초), 반말로 명령하듯 지시했을 때(1분11초) 탈출 시간이 30초 이상 줄어들었다. 미연방항공청(FAA)은 여객기 사고에서 모든 승객이 90초 안에 탈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지난 23일 오후 6시 35분 출발해 세부 막탄 공항으로 향한 A330-300 여객기(KE631)가 현지 기상 악화로 비정상 착륙했다.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이 타고 있었지만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