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행보…지지율 반등 위한 '카드'로 평가
'경제 등한시' 이미지 타파…방향성 제시 전략
별도 사전 리허설 없이 평소 형식대로 진행돼
野 "위기 느낄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80분간 TV 생중계로 전국에 전파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각 부처 장관들과 대통령실 참모들이 한 데 모여 전반적인 경제 정책에 대해 논의를 나누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는 이례적인 행보가 이뤄진 것으로, 민심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도 일반적으로 대통령 주재 회의는 모두발언까지만 대중에 공개되고 이후 진행되는 구체적인 논의는 비공개로 이뤄져 왔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규제개혁회의'를 한 차례 생중계로 진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지만 이 역시 단발성이 그치고 정례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던 바 있다.
대통령실이 이같은 행보를 기획한 배경에는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낮은 지지율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평가의 이유로 ‘경제나 민생을 살피지 않는다’는 의견이 상위권에 꼽히고 있는 것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직접 카메라 앞에 앉아 참모들과 경제 현안을 의논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고,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바라보는 경제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서 ‘경제 등한시’ 이미지를 타파하고 국정 동력 창출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별도의 사전 리허설이나 연출 없이 평소 진행하는 비공개회의의 형식이나 절차 그대로 이뤄졌다고 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히려 각본을 짜놓고 대본을 읽는 느낌으로 진행했다면 상당한 역효과가 나지 않았겠나”라며 “대체로 중계를 접한 국민들이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으시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식의 소통이 주기적으로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고 긍정적 효과가 감지될 경우 보다 다양한 형태로의 확대 발전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국정목표는 ‘우리 국민 모두 다 같이 잘사는 것’”이라며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민께 소개해드리고, 정책 비전을 설명드리는 자리를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대로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이날 회의를 두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각 부처 장관들이 돌아가며 정책 제안을 하는데 그쳤을 뿐 공개회의라 그런지 심도 깊은 토론이나 논쟁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금리 및 환율 인상을 비롯해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경색에 대한 토론을 듣고 싶었는데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경제와 민생에 밀어닥친 경제위기의 ‘퍼펙트 스톰’을 조금도 느낄 수 없는 무풍지대였다"며 "당장 발등의 불이 된 '김진태발(發) 금융위기' 사태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장관들은 단 한마디의 언급이 없었다"라 비난했다.
또 "경제와 민생에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대책인 3무(無) 정부가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열린 열한 차례의 비상경제민생회의가 모두 이런 식으로 진행됐으니 경제와 민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 덧붙였다.
이와 같은 비판 여론에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별도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리와 환율 등 리스크 대응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문의가 있어 답변드린다"라며 "거시 경제 리스크 대응은 현재 전문가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면밀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논의 과정을 모두 알리는 것은 시장에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도 있고, 회의 시간의 제약 등을 감안해 당장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