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좋은 불평등'에 발끈?…"최저임금 실패 단정 아쉬워"

진보 경제 논객의 '소주성' 평가에…

"충격 감수하면서 장기 도모한 정책

언젠가 긴 안목의 평가 이뤄졌으면"

崔 "새로운 관점 평가해줘서 감사"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진보 진영 내의 대표적인 경제 논객의 저서에서 자신이 집권 중 강행했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정책을 실패로 단정한 것에 발끈하는 반응을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은 22일 페이스북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의 저서 '좋은 불평등'을 소개하며 "예상범위 안에 있었던 2018년의 고용시장 충격을 들어 (최저임금 인상을) 실패 또는 실수라고 단정한 것은 정책 평가로서 매우 아쉽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최병천 소장은 민병두 의원실 보좌관과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낸 진보 진영 내의 대표적인 경제 논객이다.

최 소장은 '좋은 불평등' 출간 직후인 지난 9월 데일리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파탄으로 귀결된 것에 대해 "진보적 시민단체, 민주노총, 정의당, 진보언론 모두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 하니 해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경제정책은 결코 여론조사로 결정하거나, 윤리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단기간의 충격을 감수하면서 장기적인 효과를 도모한 정책"이라며 "언젠가 장기적인 통계자료를 가지고 긴 안목의 정책평가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반론했다.

그밖에도 문 전 대통령은 '좋은 불평등'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면서도, 책이 불평등의 '수면 아래 저변'까지 보지는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불평등의 바다' '수면의 물결' '수면 아래 저변' 등 비유적인 표현만 썼을 뿐, 구체적인 지점을 들어 반론하지는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좋은 불평등'은 불평등에 관한 통념에 도전하는 책으로, 진보 진영의 경제정책 담론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관한 논의가 보다 깊어지고 활발해지기를 바라면서 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판하자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책이 다루는 것보다 훨씬 구조적이고 세습적"이라며 "이 책은 불평등의 바다에서 수면의 물결만 다뤘을 뿐, 수면 아래 저변까지 보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병천 소장은 문 전 대통령의 '추천'에 대해 "정책의 한복판에 계셨던 분으로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진보경제학'이 더욱 주류 이론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저자의 선한 의도와 새로운 관점을 평가해줘서 감사하다"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