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발달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
출산과 고령화로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인구의 감소는 지역 경제의 쇠퇴를 초래하여 복지와 공공서비스 후퇴와 지방자치단체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2023년 1월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의사당 국회의정관의 한 식당에서 이학영 국회의원, 서흥원 양구 군수, 카와무라 켄이치 ㈜트러스트뱅크 대표, 이와나가 코조 사가현 현민환경부 부부장,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이사, 이연경 패어트래블재팬 법인장이 모여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과제'를 위한 대담을 펼쳤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출발과 정착을 위해서는 기부에 따른 인센티브(답례품, 세액공제)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부금의 사용처와 투명하고 정확한 피드백이 중요하다. 참석자들은 기부자들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고향세(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기부 방식을 통해 모금을 추진하거나 민간의 다양한 홍보와 참여 플랫폼과 협력하여 모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사가현은 기부자가 NPO를 직접 지정해 기부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NPO 외 시민‧봉사활동 단체, 자치회‧부인회‧노인회 등 다양한 조직이 함께 고향세를 모금해 2021년 기준 104개 단체에서 9억 엔(약 90억 원)을 모금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양구군이 지정기부 등의 내용이 상세히 담긴 고향사랑기부제 조례를 제정했다.
조인선 강원도 양구군 인구정책 TF 팀장은 "기부자의 의향을 최대한 존중하고 반영한다는 의미와 공무원보다 민간 영역에서 추진하는 것이 더 전문적으로 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정기부라는 말을 썼다. 법인 또는 단체 사회적 기업 등에 위탁해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제도적인 표현으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양구군은 인구 소멸 지역으로써 무엇보다도 지역에 많은 스토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고, 양보에 대해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도록 지정기부제를 활용하고 싶다. 현재 여러 가지를 준비 중이다. 언젠가는 시가현처럼 고향기부제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양구군은 인구 2만 명이 거주하며, 군부대의 철수와 이전으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이다. 내실 있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노력 중으로, 각종 스포츠 대회를 위해 양구군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금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카와무라 켄이치 대표는 "일본에서 스포츠 인기가 대단해 답례품 중 하나로 프로 배구 선수의 스파이크를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오키나와 현에서는 지역 출신의 유명한 탁수 선수가 있어, 함께 대결할 수 있는 답례품도 있다. 선수와 같이 연습을 할 수도 있다. 답례품 체험을 하러 오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데려오는 가족이나 친구 등을 같이 데려오기 때문에 지역을 알리거나 소비를 증진시키는데 영향을 미친다"라고 양구군이 스포츠를 답례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했다.
이날 대담의 중요한 키워드는 민간 협력 업체와의 협업이었다. 현재 행정안전부에서는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을 위해 종합 정보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일본의 경우 일부 지자체가 직영하는 고향세 플랫폼이 있으나 실제로 모금은 40여 개의 민간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학영 의원은 "이 설계가 지방정부의 재정에 보탬이 되도록 민간에게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정부만 수혜자로 기부금 대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민간단체에 많은 기부금이 몰린다고 하질 않나"라며 "잘못 쓰여 낭비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과감하게 개방함으로써 액수도 늘어나고 민간의 자발심도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메꾸지 못한 부분을 민간과 연결시켜주며 시너지 효과가 나온 사례들이 해외에 많다. 굉장히 놀라웠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러스트뱅크는 고향세 원스톱 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를 운영하며 지역의 문제 해결과 재원 확보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카와무라 켄이치 대표는 "처음에는 민간 플랫폼이 없어 각 지자체 사이트마다 들어가 답례품이 무엇인지 비교하고, 어디에 기부해야 할 것인지 확인해야 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제도가 잘 알려지지도, 활용되지도 않았다"라고 일본의 사례를 들려줬다.
그는 "이제 민간 플랫폼이 만들어져 한 사이트에 접속하면 기부할 곳과 답례품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점점 편리하게 사람들이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그때부터 혁신적으로 모금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냉각된 한일 관계로 인해, 일본에서의 정부 정책을 모델로 삼는 것에 관한 우려도 있었다. 이에 이학영 의원은 "국제적인 관계와 별개로 민간의 교류는 상관없이 활발히 진행돼 왔다. 망설임은 없었다"라고 답했다.
서흥원 군수 역시 "한일 관계의 감정은 국가 차원에서의 문제고 사회단체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감정보다는 배울 건 가져와 우리나라에 맞춰 조금 더 좋은 정책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역할이다. 지금의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일본과의 교류가 한일 관계를 조금 더 완화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와나가 코조 부부장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출발점에 선 한국이, 현재의 환경과 맞물려 조금 더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와나가 코조 부부장은 "한국은 IT가 굉장히 발달돼 있기 때문에 고향사랑기부제를 하기 좋은 환경이 정비돼 있다고 본다. 일본에서는 2012년에 처음으로 기부를 카드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신청서를 직접 작성해 제출해야 했다. 한국은 이미 IT 시스템 문화가 잘 발달이 된 것 같다"라고 놀라워했다.
카와무라 켄이치 대표는 "지금 일본에서 지향하고 있는 모습이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영광스럽다"라는 말로 대담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