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정부 일할 수 있도록 野 양보해달라"
박홍근 "우리 근간 해치지 않으면 양보할 것"
김진표, 법인세 인하폭 '3%P→1%P'안 제시
여야 모두 오후 의총서 '당내 의견 취합' 예정
김진표 국회의장이 예산안 처리 시한일인 15일 여야에 법인세율을 1%P라도 인하하자는 내용의 최종 중재안을 제안했다. 이를 토대로 늦어도 16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해달라는 취지에서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내부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막판 고심에 돌입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김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의장께서 예산 법정기한이 지났고 정기국회도 지나서 더 이상 예산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을 중재안 중심으로 조속히 합의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각 당이 돌아가서 당내 의견을 다시 모아, 의장 중재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하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양당이 오늘은 중재안을 좀 수용해서 예산 합의를 보라고 강하게 비공개 자리에서 요청했다"며 "민주당도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정말 어렵게 제안한 마지막 제안인 만큼 의장 중재안을 무겁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은 여야가 가장 첨예한 대립을 펼쳤던 법인세 인하와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기관인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법인세와 기관 예산안 문제를 두고 의장 중재안이 나오기 전까지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장 주재 회동에 앞서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간의 합의를 통해 많은 쟁점이 일부 정리됐지만, 두 가지 문제(법인세, 기관 예산)가 남아있다"며 "여러 차례 말했지만 헌법상 예산은 정부가 주도권 갖고 있다.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대승적으로 양보해달라"고 말하면서 재차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도 "정부 원안에서 민주당은 0.7%만 수정하겠다는 것인데도 (정부여당이) 반대 한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협치 정신으로 수정안 마련했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우리의 근간만 해치지 않으면 양보할 용의 있다"고 맞받았다.
이에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법인세 최고세율 3%P 인하·2년 유예를 주장한 '김진표 중재안'이 어렵다면, 단 1%P라도 인하해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는 외국인직접투자를 가속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김 의장은 행안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민주당이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기관 예산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적법성 여부에 대한 헌법기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예비비로 자출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 달아둘 것"을 제안하면서 "의장으로서 마지막 조정안을 두 분께 제시한다. 진지하게 검토해서 오늘 중 합의 시한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여야는 의장의 중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각각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다. 여권 일각에선 벼랑 끝 대치를 벌이던 민주당이 이날 김 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합의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예정대로 정부안 대비 4조원 규모를 감액한 독자예산안을 제출할 경우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예산을 제대로 챙기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독으로 수정안을 통과시킨다면 우린 소수 당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파생되는 정치적 후폭풍을 야당이 감내할 용의가 있는지, 아니면 그 어마어마한 정치적 후폭풍 감내하고도 이재명 방탄 지키기에 나설지는 저쪽에서 판단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도 "선거는 무조건 경제다. 의장 중재안이 합리적인 것을 따지기 전에 각 의원들 입장에서도 지역구 상황을 무시하는 주장을 내놓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우선 민주당이 어떤 의견을 내놓는지를 보고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