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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양심있어야" 호통에도…여야, 예산안 신경전 계속


입력 2022.12.17 05:15 수정 2022.12.17 05:15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여야 원내대표, 국회의장 주재로 예산안 재협상

김진표 "늦어도 19일엔 예산안 통과해야" 촉구

주호영 "野 양보 부탁"…박홍근 "더 양보 못해"

추가 회동 없이 마무리…주말 협상 가능성 제기

(왼쪽부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새해 예산안 협상을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16일 세 번째 예산안 합의 시한을 넘긴 여야 원내대표를 향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호통치며 19일을 예산안 통과 최종시한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의 양보를 촉구했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눈치를 보고 중재안을 거부했다고 지적하며 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진표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주재한 자리에서 "이건 마치 취약계층 살려내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라며 "오늘이라도 여야가 정부하고 협의해서 합의안을 내 주시고, 오늘이라도 그리고 주말에라도 모든 준비를 거쳐서 아무리 늦어도 19일에는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김 의장은 전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 자리에서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기관들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 의견으로 담을 것과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p) 인하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하며 예산안 협의를 종용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인 12월2일과 정기국회 종료일인 9일에 이어 전날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 의장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여야 원내대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 차이만을 나타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자리에서 "헌법이나 법률에도 예산 편성과 운영에는 정부에 주도권을 주고 있다"며 "(민주당은) 지난 5년간 하실 만큼 했지 않나. 정부가 위기의 순간에 빠르게, 계획대로 재정 운용을 집행할 수 있게 협조해 달라고 민주당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민주당에 양보를 촉구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예산한 협상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사안으로 '법인세'를 언급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은 최대 위기이고 법인세의 경우 해외 직접 투자 유치 때문에 사활을 거는 문제가 돼 있다"며 "국회의장 중재안인 1%p 인하만으로는 이웃 대만의 20%와 싱가포르의 17%와 경쟁하기 어려워 저희들이 선뜻 받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16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새해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 자리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함께 대화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내에서도 법인세 1%p 인하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인세 3%p 인하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 위기 터널로 진입한 한국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결단"이라며 "하나마나한 찔끔 인하책으로 나라 경제를 망치면 민주당이 책임이라도 지겠다는 건가. 그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라고 말하며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안에 대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이 높은 법인세 부담을 안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 법인세 인하 혜택은 소액 주주와 노동자, 협력업체에 골고루 돌아간다"며 "정치적 대립 중에서도 국민을 위한 합의 순간은 있어야 한다. 국익 앞에서는 평행선 질주를 멈춰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같은 국민의힘의 주장에 "김 의장의 중재안은 저희들의 주장과 다르지만, 결국 경제위기와 민생 악영향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수용했던 것"이라며 "민주당은 그동안 예산안 처리 원칙에서 양보에 양보해서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상황"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께서 더 이상 '독불장군' 같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고 국회와 여야의 판단을 온전히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며 "야당도 민생의 어려움을 위해 양보하고 결단하는데, 집권여당이 더 이상 고집으로 상황과 시간을 끌어가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여당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앞서 김 의장이 중재안에 포함된 내용 외에도 임대주택·지역화폐·기초연금·금융투자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다른 쟁점이 여전한 만큼 예산안 합의는 주말을 넘길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날 여야 원내대표는 예산안에 대한 회동 추가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의원회관으로 복귀했고, 박 원내대표는 당 내부회의에 참석한 뒤 국회를 떠났다. 이후 오후 6시께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로부터 정부와 여당은 오늘 저녁 예산안 관련 협상이 어려운 상황임을 전해왔다"고 공지하며 이날 협상은 종료됐다고 알리며 "필요할 시 주말에라도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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