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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버린 아기 2천명 돌본 목사 아내…"치매 걸려 '아기'됐다"


입력 2022.12.24 14:08 수정 2022.12.24 14:11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버려진 2034명의 아기들을 베이비박스로 받아내 키운 이종락 목사의 아내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MBN

MBN 밀착 다큐멘터리 '특종세상' 562회에서는 지난 22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만들어 13년간 운영한 이종락 목사 부부의 근황이 공개됐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로 2034명의 아기들을 구했다. 장애로 인해 입양을 가지 못한 16명은 직접 거뒀다. 그는 현재 일흔이 다 된 나이에도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고 돌보는 육아 전문가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만든 배경에 대해 "(2005년) 꽃샘추위 때 새벽 3시 20분인가 됐다.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았는데 '미안합니다. 못 키워서 대문 앞에 갖다 놓았습니다'(라고 하더라). 쫓아나가 보니 정말 작은 박스가 있었다"며 "이 아이를 보듬고 계단을 올라오는데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자칫 잘못하다가 이 아이들의 시신이 발견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베이비박스'

그가 이런 삶을 살게 된 건 친아들 은만 씨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목사는 아들에 대해 "처음 태어났을 때 은만이가 감염이 돼 파상풍이 된 거다. 의사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아이를 꺼내 들어서 이렇게 보곤 '어허 이놈 복을 달고 나왔네'라고 했다"며 "그래서 언뜻 봤더니 얼굴이 이상하더라. 머리하고 머리 같은 게 또 하나 있었다. 나중에 생후 3개월 만에 전신마비가 됐다. 엄청난 열이 나면서 고열 통해 고막이 나가고 시력도 없어지고 뇌세포가 다 망가졌다더라"고 회상했다.


이 목사의 아들은 중증 뇌병변장애였다. 평생을 침상에서 보내야 했던 아들이지만 이 목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병원을) 14년 동안 내 집 드나들 듯 한 번 들어가면 7개월이다. 그렇게 병원 생활을 하면서 우리 네 식구가 다 병원에 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와 아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만 씨는 33세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게 됐고, 그 뒤에는 아내 정병옥 여사(59)의 내조와 헌신이 있었다. 정 여사는 분식집을 운영하며 남편을 뒷바라지 했고, 뒤늦은 신학공부로 목사가 된 남편을 위해 수천 명의 아이를 돌보며 희생했다.


이 목사는 "내가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이유가 사실은 아내 덕분이다. 아내가 뒤에서 다 내조를 했다. 2000명이 넘는 아기들의 할머니가 되고 엄마가 되고 했다. 상 받을 사람은 내가 아니고 아내"라고 털어놨다.


ⓒMBN

그러나 아내가 최근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 정 여사는 5개월 전부터 병세가 악화돼 극한 우울증과 치매가 동시에 왔다. 이 목사는 "아내가 많은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많이 몸이 아파 오히려 아기가 되었다. 돌봄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며 "극한 우울증에 치매가 왔는데 이건 희귀병이라더라. 꿈에서 본 것과 본인이 생각한 것을 현실로 안다. 인지가 잘 안돼서 필요한 것, 아닌 것을 잘 구분 못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목사는 "아내를 위로하고 좋은 말 할 여유조차 없었다. 다른 사람한테는 굉장히 인색함 없이 관대한데 우리 식구들에겐, 특히 아내에겐 굉장히 인색했던 것 같다"고 자신을 탓하며 "아내가 건강해지면 같이 손잡고 다니며 운동도 하고 드라이브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싶다"고 소망했다.


한편 이 목사의 이야기는 지난 2016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해외에서 베이비박스가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됐다. 지난 9월 이 목사는 미국 최대 생명보호단체 라이브액션이 주최한 시상식에서 아시아 최초로 '올해의 생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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