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를 이끌어온 빅테크,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시가총액(시총)이 지난해 3800조원 가량 사라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외면한 탓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FAANG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시총이 3조 달러(약 3817조원) 이상 감소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주가가 64.2% 곤두박질치며 낙폭이 가장 컸다. 넷플릭스(-51.0%), 아마존(-49.6%)의 주가가 반토막 났고, 구글(알파벳·-39.1%), 애플(-26.8%) 주가 역시 큰 폭 하락했다.
이에 따라 FAANG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7%에서 지난해 13%로 쪼그라들었다. WSJ는 지난해 S&P 500지수가 19%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FAANG을 포함한 기술주 주가가 급락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주가 급락한 반면 S&P 500의 에너지 부문은 지난해 국제유가에 힘입어 59% 급등했다. 유틸리티, 필수 소비재, 의료 등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소위 ‘방어주’들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S&P 500 시총 순위도 크게 변화했다. 메타는 2021년 6위에서 지난해 19위로, 같은 기간 테슬라는 5위에서 11위로 각각 급락했다. 쉐브론이 38위에서 16위로 수직상승했고, 순위권에 들지 못했던 유나이티드헬스, 존슨앤드존슨, 엑손모빌이 각각 6위, 7위, 8위로 신규 진입했다. 제약사 엘리릴리도 24위에서 13위로 껑충 뛰었다.
월가에서는 FAANG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반등할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기침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들 빅테크 기업들의 반등은 낙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그룹의 지나 볼빈 회장은 “팬데믹 기간 과대평가됐던 것이 지난해 본래 가치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다만 내년 안에 FAANG이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릭 스터너 아폴론자산운용 수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24년으로 예상되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는 기술주가 다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