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 "대통령실하고 저하고 각 만들지 말아달라"
당심 1위에도 '친윤 갈등'에 출마 고민 깊어져
劉 "제가 당대표 되면 윤핵관에 공천 안 줄 것"
'나경원 출마, 김기현 선전'에 표심 관리 변수
국민의힘의 차기 유력한 당대표 주자로 꼽히는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전격 사의한 나 전 의원은 자신을 낮추면서 풀리지 않는 대통령실과 친윤(親尹)계와의 갈등 리스크를 우선 해결하는데 주력하면서 출마 선언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 전 의원의 경우엔 나 전 의원의 출마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분산될 수 있는 비윤(非尹)계 표 관리를 위해 출마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지난 11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100% 출마한다. 지고 못 사는 사람이고, 가만히 있고는 못 사는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앞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MBC라디오에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권 도전한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막을 수는 없다"며 나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본 것과 비슷한 맥락의 전망이다.
국민의힘 원로들 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높게 전망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1일 여론조사회사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나 전 의원이 30.7%로 1위를 기록한 만큼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명분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그럼에도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 공식화를 미루는 이유로 대통령실·친윤계와의 갈등을 꼽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과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으로 갈등을 빚기 전까지 나 전 의원은 소위 '친윤(親尹)' 색채가 강한 인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공개적인 비판과 당내 친윤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정재·유상범·박수영 의원 등의 나 전 의원에 대한 날선 언사로 인해 양측 간 사이는 틀어진 상황이다.
대통령실·친윤계와의 직접적인 마찰은 나 전 의원에게도 부담이다. 만약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무시한 채 당권을 거머쥐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당내 세력이 빈약해져 '식물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를 의식한 듯 나 전 의원도 지난 11일 서울시 동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꾸만 대통령실하고 저하고 각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 날 국민의힘 서울시당 행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다.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 절대 화합, 단합하자"고 강조한 부분 역시 대통령실과 친윤계와 완전히 척을 지지 않기 위한 로우키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12일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사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나 전 의원의 고민이 좀 더 깊어질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그래도 아직은 기다려주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나 전 의원이 물밑에서 대통령실과 접촉한 뒤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KBS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은) 당대표 출마 이후 3월8일 전까지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면 무조건 나올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은 사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로 전통적 보수인데 대통령 신뢰 관계가 끝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그 지지율은 물거품으로 빠질 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것이란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본인도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이런 그림에서 출마를 원했던 것 아니었을 것"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만 봐도 대통령실과의 각을 세우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이미 다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나 전 의원도 지금 상황에 대한 해결 없이 무작정 출마를 선언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 전 의원은 뚜렷한 비윤 색채를 강조하면서 당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초청 토론회에서 "제가 만약 당대표가 되면 윤핵관, 윤심팔이에 절대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당원들께서 총선 승리를 원하면 저를 찍으실 거고 윤 대통령 말 잘 들을 사람을 원하면 다른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재차 친윤계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유 전 의원 역시 공식 출마 선언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의원이 풀어내야할 가장 큰 문제는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다. 만약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친윤계와의 협상에 실패하고, 비윤 주자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전당대회에서 유 전 의원이 기대를 걸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에 영향을 받고 들어온 20대 남성 당원의 지지 표심이 갈라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경우 유 전 의원이 노리고 있는 당대표 결선 진출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선 한길리서치의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에서 친윤 대표주자로 나선 김기현 의원의 지지율이 직전 조사의 8.9% 대비 10%p 가까이 오른 18.8%를 기록한 점도 유 전 의원에게 부담되는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14.6%로 김 의원에 뒤처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웠던 당심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만약 유 전 의원이 원래 출마를 안 할 생각이었다면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자연스럽게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출마를 결심했는데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당심과 수도권 지역에서 유리하단 장점이 서로 겹쳐 표가 갈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