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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전대 중간점검②] '친윤반장' 막힌 나경원, '동정론' 일까


입력 2023.01.23 06:00 수정 2023.01.22 22:57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당심 1위' 羅…'헝가리식 정책'으로 비윤 색채 덧씌워져

"저출산위 해임 尹본의 아닐것" 주장에 '친윤 갈등' 격화

羅, '동정론·수도권 연대' 기반으로 '반윤 전선' 나설수도

설 직후 나올 '당권 도전 관련 메시지'에 정치권 이목 집중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며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번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뜨거운 감자는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나 전 의원의 출마에 이번 전대 흥행, 2024년 총선까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길어지는 잠행 시기를 설 연휴까지로 설정한 나 전 의원이 연휴 직후 당권 도전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더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최근 그가 걸어온 행보에 따라 정치적인 입지가 급격히 변화해서다. 지난해 말까지 나 전 의원은 당권 도전이 유력한 친윤(親尹)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돼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라는 공직을 맡기면서 믿음을 보였던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게서 가장 당대표로 적합한 인물로 선정돼왔기 때문이다.


그런 나 전 의원도 친윤 주자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단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나 전 의원은 수차례에 걸친 라디오 방송에서 당권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거나, 당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당원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25일 나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당대표 되세요'다. 국민들께서 그리고 당원들께서 원하는 국민의힘 당대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라며 당권 도전 가능성을 최대치까지 높이기도 했다.


이 같은 나 전 의원의 자신감은 '여론조사'에서 나왔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27일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당층 535명에게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하느냐'를 조사한 결과 나 전 의원은 27.3%로 1위를 기록했다. 또 이달 5일 여론조사공정㈜이 국민의힘 지지층 412명에게 재차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 전 의원은 35.0%로 1위를 차지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급변하는 데는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건은 이달 5일 열린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나 전 의원이 출산 시 부모의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헝가리식 대책'을 저출산 해결 방안으로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이 그 다음 날인 6일 나 전 의원이 소개한 헝가리식 저출산대책에 대해 "개인의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윤 정부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된 대통령실과의 갈등은 13일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을 '해임'하면서 확대됐다.


이후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방문했던 충북 구인사와 대구 동화사를 방문하면서 윤 대통령과 함께 걷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한편, 동시에 자신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친윤계 의원들을 견제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면서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지난 16일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끼리의 친윤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반윤이 될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나 전 의원이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해임과 관련해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극으로 치달았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메시지가 나온 뒤 6시간 뒤에 "나 전 의원의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다.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 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는 공지를 내면서 나 전 의원과 선을 그었다. 이어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명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나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나 전 의원은 '비윤(非尹)' 주자로 찍히게 됐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0일 "저에 대한 해임 결정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닐 것이라 말씀드린 것은 제 불찰이다. 관련된 논란으로 대통령께 누가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일보 후퇴하는 모습을 나타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처럼 '친윤그룹의 반장'에서 '비주류·비윤계'로 색채가 바뀐 나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나 전 의원이 이번 전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에서다. 주장의 근거는 최근 뒤집힌 여론조사 결과다. 지난 19일 여론조사공정㈜이 국민의힘 지지층 452명에게 '차기 당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친윤계 대표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41.0%로 1위를 차지했다. 2주 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던 나 전 의원은 22.2%로 2위로 떨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오른쪽)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안철수 의원(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반면,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쪽은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나 전 의원이 불명예 퇴진할 것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보수계의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장수는 명예를 먹고 산다. 불명예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설욕하려 들 것이다. 지금 나경원이 그런 상황에 몰리지 않았나 싶다"면서 나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예상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역시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대해 "지고 못 사는 사람이고, 가만히 있고는 못사는 사람이다. 100% 출마한다"고 전망했다.


또 나 전 의원의 출마가 전대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단 이야기도 나온다. 친윤계의 비호를 받고 있는 김기현 의원의 '어대현(어차피 당대표는 김기현)' 구도보다 다양한 후보가 나오면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워질 경우 국민적 관심이 쏠릴 수 있단 주장이다.


이와 함께 나 전 의원으로 향할 수 있는 동정론은 최대 변수다.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히려는 친윤계의 이미지가 오히려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내에선 당권주자들 중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안철수·윤상현 의원이 펼치고 있는 '수도권 연대론'에 나 전 의원이 합류할 경우 친윤계 주자로 나선 '반(反)김기현' 전선이 구축되면서 역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는 본질이 영남 연대라 수도권에 대한 대처를 잘 못할 것"이라며 "지난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전체가 아니라 수도권에서만 패배했다. 이번에도 영남 쪽만 모이면, 줄을 안 서면 공천받지 못할 거고, 이게 공포정치의 본질과 가깝다"고 말하면서 나 전 의원과의 연대를 통한 역풍 가능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들은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을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지난 2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나 전 의원은) 여전히 (당권 도전) 전의에 불타고 있다"며 "설 연휴 기간을 조용히 지내고 대통령이 귀국하신 뒤 연휴가 끝나고 보수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출정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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