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한 후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기술 코치로 활동하기도 한 빅토르 안(37·안현수)이 경기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직 전형에 지원했으나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안현수는 지난 12일 성남시청에서 열린 빙상팀 쇼트트랙 코치직 면접에 참여했으나, 시의 선발 과정에서 떨어졌다. 그는 코치 선발을 위한 최종 2∼3배수 후보자에도 올라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19일 빅토르 안과 김선태 전 감독은 빙상팀 코치 1명을 뽑는 성남시청 공고에 지원했다. 그는 지난 12일 오후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빙상팀 코치직 면접에 참가했다. 약 20분 동안 면접을 치른 빅토르 안은 취재진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기회가 생기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바로 다음날인 13일 한국빙상지도자연맹은 반대 입장을 강력히 표명하고 나섰다.
빙상지도자연맹(이하 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성남시의 쇼트트랙 코치 공개 채용 과정을 보면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성남시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감독 선임을 할 것을 촉구한다"며 빅토르 안과 김선태 채용을 반대했다.
연맹은 김선태에 대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격려차 훈련장을 방문했을 때 폭행 피해로 부재 중이었던 심석희가 감기로 나오지 못했다고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으로 허위보고를 한 사람이 김선태"라며 "김선태는 심석희 선수의 폭행 및 성폭력 피해가 올림픽 직후 드러나며 빙상연맹으로부터 지도자 자격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또 다른 지원자 빅토르 안은 한국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로 귀화했을 당시 매국 논란이 일자 '이중국적이 가능할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귀화 직전 연금을 일시불로 받아간 사실이 추후 드러났다"며 "이중국적이 안 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연금을 일시불로 받아간 뒤 몰랐던 척했던 것"이라고 빅토르 안을 비판했다.
연맹은 "이 두 사람은 국내 지도자 활동이 어려워지자 자숙 대신 중국 대표팀을 선택했다. 베이징 올림픽 때 김선태는 편파 판정으로 중국이 메달을 따갔다는 의혹이 일자 '판정은 심판이 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뱉으며 올림픽 정신에 오점을 남기기까지 했다"면서 "직업 선택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그것이 스포츠의 최우선 가치인 공정을 넘어설 순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 빙상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건 비단 성적 때문이 아니다. 성적이라는 미명 아래 온갖 거짓으로 성폭력과 폭행 등 빙상계에 뿌리 박힌 범죄를 은폐해 왔기 때문"이라며 "한국 빙상이 국민께 다시 신뢰받고 사랑받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지도자의 정직한 직업윤리와 건강한 마음가짐"이라고 덧붙였다.
빅토르 안은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했다. 지난 2011년 당시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이 재정 문제로 빙상팀을 해체하자 러시아로 귀화한 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되자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지도자로 변신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기술 코치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다른 해외 대표팀으로부터 4년 장기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