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수도권·청년층 기반으로 김기현에 역전
安 "수도권서 승리할 후보에 당심 수렴 되는 것"
김기현, '윤심·전통보수층' 앞세워 '대세론' 주장
이인제 "安, 우파 아닌 반대 진영에서 정치 해와"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반등에 나서면서 김기현 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 의원은 수도권과 청년을 앞세워 이뤄낸 여론조사에서 역전을 근거로 최근 떠오른 '안철수 대세론'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반면, 김 의원 측은 튼튼한 영남 기반 전통보수층의 지지와 압도적인 윤심(尹心)을 바탕으로 초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3·8 전당대회까지 한 달이나 남은 만큼, 두 당권 주자가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일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3일간 국민의힘 지지층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경우 47.5%가 안 의원이 승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김 의원이 승리할 것이라는 응답인 44.0%와의 격차는 3.5%포인트(p) 였다.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제쳤다는 여론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세계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26~27일 국민의힘 지지층 41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은 60.5%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37.1%인 김 의원을 23.4%p차로 제쳤다. 안 의원은 특히 18∼29세와 30대 등 청년층에서 얻은 73.5%의 지지율과 서울(59.5%)·인천·경기(58.4%) 등 수도권 내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김 의원과 격차를 벌렸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안 의원 측은 고무된 분위기다. 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여론조사와 관련한 질문에 "저희 나름대로는 객관적인 지표라고 본다"며 "수도권에서 승리할 후보가 누구냐, 한 표라도 더 받을 수 있고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킬 수 있는 당대표가 누구냐, 거기에 의견들이 전국적으로 수렴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의원은 이번 전대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는 윤심이 자신에게도 향해있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흔들리고 있는 전통보수층을 잡기 위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저는 축구로 치면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관계"라며 "제가 당대표가 돼서 당과 용산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것을 이미 작년에 증명한 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여전히 대세 흐름은 김 의원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대가 조직선거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전국 당협에서 높은 인기를 나타내는 김 의원이 최종 승리할 것이란 입장이다. 이날 뉴스핌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9~30일간 국민의힘 지지층 409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김 의원은 38.4%의 지지율을 얻으면서 35.3%의 안 의원을 3.1%p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아울러 김 의원 측은 안 의원이 당의 핵심 기반인 영남지역에서의 약세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김 의원 캠프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이인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 나와 "안 의원은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자유보수 우파 진영이 아니고 반대 진영에서 쭉 정치를 해왔다"며 "(안 의원의 당내 입지가 약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영남은 지역 정서가 보수 텃밭이니까 90% 이상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나오게 돼 있다"며 "국회의원 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여기서 우세를 잡지 못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수도권 대표가 돼야 수도권 유권자 지지를 더 많이 끌어낼 수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안 의원이 내세운 '수도권 대표론'을 일축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3월8일로 예정된 전대 선거일까지 아직 한 달 정도의 기간이 남은 만큼 향후 각 주자의 움직임에 따라 지지율은 요동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두 당권주자들도 최근 다양한 이슈를 기반으로 여론전을 펼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안 의원 측은 김 의원의 '김연경·남진 인증샷' 논란을 집중 겨냥하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김연경·남진 인증샷' 논란은 김 의원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구선수 김연경, 가수 남진과 한 식당에서 함께 사진을 찍어 공개하면서 논란이 발생하자, 남진이 같은 고향 출신의 김연경 및 지인들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식사중일 때 김 의원이 나타나 2~3분가량 인사말을 나눴고, 당초 김 의원과 일면식도 없었던 사이이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해 찍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논란이 확산되자 안 의원 캠프 윤영희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유명인을 도구삼은 거짓 마케팅도 문제지만 해명까지 거짓이라면 더 문제다. 이 사건은 거짓으로 홍보하고 거짓으로 대응한 스스로가 반성할 사안이다. 우리 당이 배격해야 할 구태"라며 김 의원을 비판했다.
이에 맞서 김 의원은 지난 29일 경기도 양주시에서 열린 '수도권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안철수 의원 초청 토크콘서트'에서 안 의원이 강연 도중 발꿈치와 발가락이 훤히 보일 정도로 낡은 양말을 신고 발을 들어 올린 사실을 두고 "(안 의원이) 구멍 난 양말을 신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안 의원이 정치쇼에 나섰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앞서 지적이 나온 바도 있지만, 당 내부 선거가 더 짙은 상처를 남기는 만큼 아직 한 달이나 남은 선거기간 동안 어떤 움직임과 어떤 말이 나오느냐가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조직 선거였던 전대 판이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로 더 커진 측면이 있는 만큼 얼마나 더 확장성을 보이느냐도 향후 판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