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제한 등이 획일적 건축물 양산…경관, 조망, 한강 접근성 충족하면 초고층 아파트 허용"
"저층부 개방해 삶의 질 높이는 시설물 채워 넣을 것…주동 형태 반복 안 되도록 복측형 설계 유도"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 디자인 우선 행정시스템 구축…용적률 120% 상향 등 인센티브 제공
'노들섬' 첫 적용…공중서 한강 조망하는 스카이 트레일 신설 등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
오세훈 서울시장은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 재시동을 걸고 서울의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만들기 위해 50층 이상 아파트 건립을 허용한다. 오 시장은 획일적인 형태의 아파트를 없애 서울시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세비야처럼 특색있고 상징적인 건축물로 채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창의적인 디자인 건축물의 사업 추진 필요성이 인정되면 용적률 120% 상향 등 파격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9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서울 디자인 혁신을 위한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건축물의 높이·용적률 제한, 보존위주의 정책이 특색 없는 획일적인 건축물을 양산했다"면서 "초고층 아파트는 경관, 조망, 한강 접근성, 디자인 특화설계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래미안 첼리투스(56층), 성동구 트리마제(47층)와 같은 초고층 아파트가 다시 세워진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성수, 잠실주공5단지, 은마 등 여러 재건축을 앞둔 지역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을 요청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곳이 있다"며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과 연계해 주민 편의시설, 한강변 수변공간과 연계성 등을 감안한 뒤 50층 이상을 허용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아파트 저층부는 개방해 공유 공간을 확대하고,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시설물을 채워 놓겠다"며 "성냥갑 퇴출 2.0을 위해 같은 주동 형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중층 3개층 등 다양한 복층형 설계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주거지 면적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는 다세대·연립주택 등 저층주거지의 경우는 더 살기 좋은 동네 '한층 더' 예쁜 집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 특화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발표안에는 아파트 주거 분야뿐 아니라 건축물 디자인 혁신안도 포함됐다. 먼저 시는 공공건축물의 경우 사전공모를 도입해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 방식의 디자인 우선 행정시스템을 구축한다. 사업 초기단계에서 기획 디자인 공모를 실시해 창의적인 디자인과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확정한 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적정 공사비를 책정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사전에 책정된 공사비의 한계로 특수공법 도입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건축 규제·제도도 유연하게 바꾼다. 특정 부지를 특정 용도로만 쓰도록 하는 규정을 없애고 같은 땅에 일자리·주거·문화 기능이 혼합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서울형 용도지역제'를 도입한다. 또한 높이·건폐율 등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한 '디자인 자유구역' 제도도 도입한다. 시는 법정 용적률을 최대 120%까지 완화해 설계비·공사비 일부를 상쇄하도록 허용하고 녹지와 공유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건축 디자인이 각종 심의 과정에서 왜곡되는 현상 막기 위해 도시·건축·교통·환경 등을 한 번에 심의하는 '통합심의' 제도도 도입한다. 오 시장은 "(한국 건축물은) 용을 그려놨는데 뱀이 나오는 식"이라며 "공사 과정에서 무더기 설계 변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통합심의 제도가 도입되면 사업 추진 중 혼선 방지, 사업시행 기간 단축과 혁신 디자인이 사업 준공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시는 기대했다.
시는 이번 혁신안의 첫 시범 사업지로 용산구 노들섬을 선정했다. 공중에서 한강을 조망하는 스카이 트레일을 신설하는 등 노들섬을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다. 한강을 배경으로 한 수상예술무대도 새롭게 마련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제2세종문화회관, 성동구치소, 수서역 공영주차장 복합개발 사업지도 디자인 혁신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별도 공모를 통해 5개 민간 건축물을 시범사업지로 추가 선정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현대적인 도시계획을 적용해 해마다 새로운 건축물이 탄생하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매년 1000만명이 방문해 연 8000억원의 관광 수입을 올리면서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왜 이런 건축물을 가질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이런 도시를 벤치마킹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민 여가 공간을 확충하는 등 혁신적인 디자인 건축물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