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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혁신금융③] 서비스 선정까지 평균 2년…현장선 '곡소리'


입력 2023.02.16 06:00 수정 2023.02.19 18:11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스타트업에겐 '죽음의 시간'"

보험 비교 플랫폼 출시도 난망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두고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모래놀이터에서 안전하게 뛰놀 수 있듯 금융사들이 마음껏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겠다 공언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점점 커져만 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초심을 잃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표류하는 혁신금융의 현 주소를 톺아봤다.<편집자주>


핀테크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금융권 혁신을 위해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의 문턱이 핀테크업계에겐 너무 높은 진입장벽이란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있는 규제를 개선하는 작업인 만큼 신중하고 꼼꼼히 살펴본다는 입장이지만, 핀테크사들은 통상 신청부터 선정까지 대개 수년이 걸리면서 생존 기로에 놓이게 된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규제 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의 지정 절차는 신청, 심사, 지정단계로 나뉜다. 혁신금융서비스란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기존 규제로 실현되기 어려울 경우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다.


핀테크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서를 내기 전에, 사전 심사 격인 수요조사 신청을 해야한다. 이후 금융위 산하 한국핀테크지원센터 등의 현장자문단의 컨설팅이 진행되고 안건 상정이 확정되면 이제서야 본 신청서를 낼 수 있다. 자료 증빙이 부족하면 금융당국이 보완요구를 하고 이에 맞춰 다시 신청서를 내야 한다.


심사 단계에서는 금감원 실무단의 사전 검토, 금융위 실무단의 사전 검토를 거쳐 본격적인 혁신심사위원회가 열리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심사가 시작된다.


혁신심사위에서 심사가 통과되더라도 한번 더 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금융위가 최종적으로 혁신심사위 심사와 관계부처의 동의를 얻는 시간이다. 금융위가 지정 여부를 확정하면 지정기간, 내용, 조건 등이 공고된다.


다만 핀테크 업계에서는 통상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절차를 밟으면서 핵심 서비스를 운영하지 못해 생존이 위태로워진다고 강조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절차를 준비하던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 요건이 까다로운 것도 있지만, 이렇다 할 금융당국의 답변 없이 무한정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여부가 늦어지면서 서비스 운영도 밀리고 투자도 끊기면서 '이러다 죽겠다'고 생각했다"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요조사 단계부터 금융당국을 상대로 서비스의 필요성과 혁신성을 설득해 단계를 밟아 올라갔어도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혁신심사위로 올라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한명 한명을 설득해야 한다"며 "경험이 없고 자문 받기가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문턱이 높다고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와 직결되는 규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다각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심사 과정에서 서비스의 혁신성, 소비자 편의성, 규제특례 불가피성, 업무능력, 소비자보호방안, 금융 안정성 등을 주로 본다.


정부가 총대를 멘 서비스라도 이해관계가 얽히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서비스는 세상에 나오기까지 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소비자 편익을 위해 출시하겠다고 밝힌 예적금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아직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거나, 논의 단계다.


당시 금융위는 예적금과 보험, P2P는 법령상 이유로 중개가 어려웠는데, 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경우, 보험사 및 대리점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자동차보험 포함 여부와 수수료 문제다. 보험업계는 자동차 보험이 플랫폼에 추가 될 경우 수수료가 추가돼 불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며, 플랫폼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예적금 비교·추천 서비스의 경우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될 수 있다지만, 이마저도 윤곽이 흐릿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총 9곳의 금융사, 핀테크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이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 빙하기를 겪고 있는데, 하루 빨리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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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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