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다만 비음주군이 소주 한두 잔 수준을 마신 음주군보다 치매 발병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전근혜 구미 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9년과 2011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393만3382명을 평균 6.3년 추적 관찰한 결과, 음주량과 치매 발병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하루 음주량을 기준으로 비음주군, 저위험 음주군(15g 미만), 중위험 음주군(15g 이상∼30g 미만), 고위험 음주군(30g 이상)으로 나눠 음주량의 변화가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알코올 15g은 대략 맥주 375mL 1캔 또는 소주 1잔 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분석 기간 고위험 음주를 유지한 사람들의 치매 발병 위험은 비음주군보다 8% 높았다. 반면 고위험 음주에서 중위험 음주로 음주량을 줄인 사람들은 고위험 음주를 유지한 사람들에 견줘 치매 발병 위험이 8% 감소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저위험 음주와 중위험 음주를 유지한 경우 비음주군과 비교해 오히려 치매 발병위험이 각각 21%, 17%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아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았던 사람들이 비음주군에 포함됐기 때문일 수 있다"며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음주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음주와 치매 연관성은 그동안 국내외 연구에서 일관성 있게 확인돼 왔다. 앞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과음으로 한 번 이상 필름이 끊긴 경험이 있으면 10년 내 치매가 올 위험이 2~3배 높아진다는 역학 연구 결과를 2020년 같은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또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공공 과학도서관-의학'(PLoS Medicine)에서 평균 나이 55세인 2만96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알코올을 일주일에 7잔(56g) 이상 마시는 경우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전근혜 교수는 "과도한 음주가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대규모 한국인 연구를 통해서도 증명됐다"면서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금주를 하는 게 바람직하고, 절대 과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학술지'(JAMA network open)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