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법 리스크에 당 지지율 정체…총선 우려
비명계 "부결시키되 결단 해야 되는 거 아니냐"
李도 친명계도 퇴진론 일축…당내 갈등 전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27일 예정된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 '부결 뒤 대표 사퇴론'이 제기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당의 민생 행보가 묻히는 건 물론,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당과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비명(비이재명)계도 '부결' 총의를 모은 만큼, 향후 이 대표의 '액션'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의원총회를 통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총의를 모은 바 있다. 다만 이를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무기명 투표인데다 소속 의원들이 검찰 수사의 부당성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 당론 채택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당 지도부는 '부결'을 공언하고 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민주당 의석은 현재 169석으로,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이 모두 찬성표를 던져도 민주당 혹은 민주당 성향 무소속에서 28표의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단독 부결이 가능하다.
부결 관측에 힘을 실은 건 대표적인 비명계인 설훈 의원이 의총에서 한 발언이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설 의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의원들이) 총선까지의 대응 전략이라든가, 대표 역할이라든가 의견을 줬는데 부결시키자는 의견들에 이견은 없었다"며 "설 의원도 부결시키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비명계는 '체포동의안 부결 뒤 대표 사퇴론'으로 해석하고 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지난 23일 MBC라디오에서 "반이재명 기수인 설 의원마저 부결해야한다고 발표했는데 맥락이 대동단결해 무조건 부결시키자 하고 끝낸 게 아니고 그러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번엔 부결을 시키되 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이어 '결단이 대표직 사퇴'는 진행자의 질문에 "의원들끼리는 그렇게 해석을 하더라"라며 "이번에 부결을 시키되 대표한테 결단을 요구하자란 그룹도 있다"고 답했다. 실제 설 의원도 체포동의안 부결론에 힘을 실으면서 "(표결) 이후엔 이 대표가 알아서 행동하실 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도 최근 SBS라디오에서 "당헌 제80조 1항을 근거로 기소되면 물러나야 한다"며 "이 대표가 사법적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당을 끌어들여서는 안된다. 그게 이재명도 살고 당도 사는 길"이라고 했다.
이들의 주장에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당 지지율이 여당에 뒤처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대비 4%p 오른 34%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국민의힘(37%)보다는 낮다.
오차범위 내의 결과이지만 외교·안보·민생 등과 관련한 정권의 실정이 이어지는데도 의미있는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무선(95%)·유선(5%)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9.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이 대표는 본인에 대한 사퇴론에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지사 때 2년 동안 재판에 시달렸지만 그사이 경기도정은 꼴찌 평가에서 1등 평가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당이나 정치계에 생각이 다양한 사람이 많다. 단일한 생각만 하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지난 24일 KBS라디오에서 "어떤 분들은 이 대표가 사퇴하는 것, 혹은 공천권을 내려놓는 게 신의 한 수라고 말하지만, 신의 한 수가 되려면 국민들과 정치권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기와 방법으로 예상하지 못한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며 "어쨌든 현재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 70% 이상이 이 대표 지지자"라고 사퇴론에 거리를 뒀다.
이에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이 대표 거취를 두고 당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분당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명계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통화에서 "비명계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부결 총의를 모은 건 '이번 한 번 정도는'이라는 생각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검찰의 '쪼개기 영장 청구'가 이어진다면 이 대표 거취에 대한 당내 불만은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