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한식 메뉴 출시·레스포랑 오픈
소비자 체험 기회 늘리고 접점 좁히기 속도
여전히 판매처 부족…높은 가격대도 ‘발목’
최근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래형 고기’ 시장이 육류를 넘어 유제품‧소스‧계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체식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주목 받는 분위기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체식품’은 식물성 원료를 가공하거나 세포 배양을 통해 동물성 원료에서 섭취 가능한 단백질을 함유한 제품을 의미한다. 기존 제품의 맛과 식감까지 매우 유사한 수준으로 닮아가고 관련 제품은 지속해서 출시되면서 새로운 식품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건과는 거리가 멀었던 가정간편식은 물론, 프랜차이즈 디저트 전문점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메뉴와 매장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면서, 국내 비건식품 시장의 성장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이들 기업이 비건식품 출시에 속도를 내는 까닭은 다양하다. 건강상 이유, 개인적 신념 등으로 동물성 식품을 멀리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육식의 경우, 단순 소비만으로도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채식을 바라보는 눈도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채식주의를 가리켜 ‘유별난 식습관’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인식이 대폭 개선됐다. 이제는 여러 가치를 토대로 함께 동참하려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실제로 대체육을 포함한 비건 식품이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한식 메뉴로 친숙함을 더하고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 판매처를 확대하는 중이다. 비건 식품은 채식주의자만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건강을 중시하는 일반 소비자를 잡기 위해 식품업체가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신세계푸드가 가장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021년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선보인 후 대체육 사업을 적극 키우고 있는 가운데 올해 대체유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푸드테크의 한 분야인 대체식품에서 국내 최강자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어 지난해까지 기업 간 거래(B2B) 위주로 사업을 벌였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대체육 캔햄 판매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마켓컬리에서 테스트 판매를 시작했고 SSG닷컴, 지마켓 등 주요 온라인몰로 판매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 밖에도 식품 기업들은 아직 대체육이 낯선 소비자를 위해 외식 매장으로 체험의 기회도 늘리고 있다. 농심과 풀무원은 지난해부터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라는 대체육 레스토랑을 열었다.
◇ 대체육 성장하고 있지만…발목 잡는 요인도 ‘수두룩’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물성 제품 출시는 더욱 다양성을 띄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기술력과 연구개발을 토대로 각종 즉석 편의식은 물론 소스와 양념 까지 그 종류도 무궁무진해 질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만 대체식품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도 수두룩하다. 국내는 시장 규모가 작고, 문화 형성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아울러 대체육에 대한 연구 역사가 짧아 해외 대비 기술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그 중에서도 고기를 완전히 대체할 만큼의 식감과 맛, 육즙 구현 등이 업계 과제로 남아 있다. 콩고기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점도 치명적인 단점으로 손꼽힌다.
소비의 근간이 되는 판매처의 부족으로 접근성 역시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채널을 다각화 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일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때문에 이와 비례해 인식도 뒤쳐질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뜩이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크고 있는데 매장도 적은 데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제품과 비교해 가격차가 크지 않거나 더 비싼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체육의 주 원료인 대두의 국제 시세는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셸(약 27㎏)당 평균 16.72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같은 해 8월 14.20달러까지 내렸다가 이달 15.26달러로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비료와 인건비 등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먹거리로 사업으로 낙점하고 열심히 개발하고 마케팅 활동도 벌이고 있지만, 기업 차원의 연구개발과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의 인식 전환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뒷받침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판매 채널의 확보와 함께, 가격 경쟁력, 맛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무엇보다 육식을 먹지 않으면 단백질이 부족하다든지 같은 편파적인 지식과 광고를 바로 잡고 건강한 상식을 제공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