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4조↑…14조 넘겨
불확실성 대응 안전자산 확보
생명보험사들이 확보한 현금 자산이 한 달 새 4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두달째 10조원대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에 채권 매도 등으로 대응하며 곳간 채우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면서 생명보험업계의 이같은 현금 자산 확대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생보협회에 따르면 생보사 23곳의 보유 현금 자산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4조1544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37.6%(3조8700억원) 증가했다. 2개월째 10조원을 상회하며 전체 자산의 1.5%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생보사들은 2021년 말까지만 해도 총 13조9668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듬해 1월부터 9월까지는 계속 10조원 미만을 유지해왔다. 특히 8월에는 전체 자산의 0.8%인 8조342억원만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었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이 3조8073억원으로 전월 대비 73.9%(1조6183억원) 늘렸다. 교보생명의 보유 현금 규모도 2조405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60.7%(1조4826억원) 증가했다. 이밖에 한화생명 1조6003억원, 동양생명 1조2100억원, 신한라이프 976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현금은 금융사의 보유 자산 형태 중 가장 안정적이지만 이를 통한 수익률은 낮다. 지난해 2분기까지 이어지던 저금리 기조에 보험사들은 현금을 줄이고 자산운용률을 늘린 바 있다. 시장 금리가 떨어질수록 투자 효율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에 현금을 다른 곳에 투입해 운용 수익률을 개선해 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기준금리 상승으로 상황이 뒤바뀌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2.25%, 8월 2.50%, 9월 3.00%, 11월 3.25%로 금리를 계속 올려왔다. 이에 보험상품은 은행 예·적금과의 금리 경쟁에서 밀려 계약 해지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또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성보험 만기가 도래하면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을 준비해야 했다.
이후 해가 바뀌며 금리 인상 기조가 잠시 멈췄지만 보험사의 현금 확보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금리는 3.50%까지 치솟았지만 한국은행은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 경로가 불확실하다며 기준 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측되자 최근 채권 금리가 다시 반등하면서 국내 시장 금리가 해외의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이번 동결을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리 인상 여부 등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의 안전 자산인 현금 확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에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