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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분당 예견했나…정운천 '1보 후퇴' 의미는


입력 2023.03.04 07:51 수정 2023.03.04 07:51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4·5 전주을 재선거 불출마 결정

무소속 후보들 상대라 구도 불리

내년 총선 앞두고 민주당 깨지면

'다자 구도' 된다는 점 고려한 듯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4·5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분당(分黨)을 내다본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관측이다. 정 의원의 불출마로 전주을 재선거는 김호서 후보와 임정엽 후보의 무소속 양자대결로 재편될 전망이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민들과 현장의 의견이 '협치가 중단돼선 안된다' '국회의원 임기를 채워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전북특별자치도법 추가 입법 등의 현안을 해결하고 '쌍발통 협치'의 성과를 내 도민들께 희망을 드린 뒤, 당당히 내년 22대 총선에서 선택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별도로 발송한 문자 메시지에서도 "대도시권광역교통특별법, 수소·탄소산업단지, 국가식품클러스터단지 등과 전북특별자치도 추가 입법 등 해결해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현직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직하고 1년짜리 선거에 나오는 게 맞는 일인가 고심하게 됐다"며 "이번 전주을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정운천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세 차례의 검찰 소환조사와 구속영장 청구, 체포동의안 표결에서의 '이탈표' 속출에 이날 법정 출석까지의 정국 흐름을 고려할 때, 이번 재선거 출마보다는 내년 총선 출마가 구도상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현재 이미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다. 4·5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져 당선되더라도 계속해서 의원일 뿐이다. 반대로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혹시 재선거에서 낙선한다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얻는 것은 보수정당의 험지 호남에서 지역구로 두 차례 당선됐다는 정치적 체급이지만, 잃는 것과 비교하면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상직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이번 재선거에 민주당이 당헌·당규대로 무공천을 결정하면서 구도도 까다롭게 됐다.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아 거취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무소속 후보들이 상대가 되면서 '반(反)정운천 단일화'론이 일고 있다. 민생당 후보로 출마를 고려하던 이관승 공동대표는 지난달 27일 "전주을 재선거에서 무도한 윤석열정권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위해서는 범야권 후보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만약 정 의원이 재선거에 출마했다가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결국 석패해 의원직을 잃는다면 정치적 내상이 매우 크다. 이런 점과 함께 중앙 정계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내년 총선에서의 구도가 훨씬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민주당,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 이후
'어수선함' 커져만 갈 뿐 수습은 난망
'공천 혁신안' 노출되며 계파간 전면전
박지원 "공천 공포증 오면 분당 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김문기 백현동 허위발언' 공직선거법 위반 협의로 1심 공판 출석이 예정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지만 당내 '이탈표'가 속출하면서, 보수정당 정치인의 호남에서의 상황은 단기 전망과 중장기 전망이 차이가 많이 나게 됐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주당이 분당하면서 내년 총선이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 혁신위가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해 지역위원장을 평가하는 당무감사 항목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내 원심력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평가가 저조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 경선에서 득표 감산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권리당원들 중 이재명 대표의 맹목적 극성 지지층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당무감사 평가에 권리당원 여론조사가 포함되고 이를 근거로 경선 감점까지 한다면,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사당화(私黨化)에 항거하던 당내 소신파·양심파 의원들을 솎아내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 초선 강경파 김용민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총선 룰을 당원과 지지자들이 공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에 총선에서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선택에 따라서 그분들이 (당내 소신파·양심파 의원들을) 심판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서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들의 발언권을 높이려는 쪽으로 가게 되면 상대 쪽에서는 가만히 있겠느냐"며 "내 입장을 강화해 상대를 누르겠다고 한다면 상대도 바보가 아닌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매우 지혜롭지 못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놓고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로 불붙은 당내 계파간 전면전에 내년 총선 공천 룰이라는 '기름'이 끼얹어지면 당이 결국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에 나와 "지금 친명·비명 민주당에 '공천 공포증'까지 오면 잘못하면 분당(分黨)의 길로 간다"며 "공천 혁신안은 절대 하지 말라고 이재명 대표에게 오늘 한 번 전화를 드려 권하겠다"고 우려했다.


향후 이재명 대표를 향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돼 체포동의안이 재상정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해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시 당직정지'를 규정한 민주당 당헌 제80조의 적용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 오면 민주당 내의 구심력은 더욱 약화되고 원심력이 커지면서 분당 우려는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주당이 깨지고 새로운 야당이 생겨서 내년 총선에 임하게 되면,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단일화를 위한 후보 사퇴 등 거취 문제를 사사롭게 결단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다자 구도가 확정된다"며 "정운천 의원이 이같은 정국의 흐름까지 내다보고 결단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2016년에도 정운천 의원은 전북 전주을에서 최형재 민주당 후보가 37.4%, 장세환 국민의당 후보가 22.8%를 나눠갖는 사이, 37.5%를 득표해 보수정당 후보로서는 32년만에 전주에서 당선된 적이 있다. 다자 구도의 이점을 누린 것이다.


전주을, 김호서·임정엽 대결 구도 재편
'反정운천 무소속 연대' 시나리오 소멸
金 "범죄 저지른 사람은 발 못 붙여야"
林 "구태정치 발현…클린선거 하겠다"


4·5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무소속 김호서 예비후보(왼쪽)와 임정엽 예비후보(오른쪽) ⓒ뉴시스

정 의원이 재선거 불출마를 결단함에 따라, 4·5 전주을 재선거는 무소속 김호서 후보와 임정엽 후보 간의 양자 대결로 구도 자체가 재편될 전망이다. 정 의원의 불출마로 '범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명제 자체가 불성립하게 되면서, 김 후보와 임 후보 사이의 신경전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호서 후보와 임정엽 후보는 정운천 의원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010년 전북도지사 출마 이래로 13년째 이 지역에 터잡고 정치를 하고 있는 정 의원 고정 지지층을 염두에 둔 입장 표명으로 보인다.


김호서 예비후보는 "정운천 의원이 여당 국회의원이자 전북도당위원장으로서 지역 현안을 완수해야 한다는 인간적 고뇌와 부담감이 컸을 것임을 십분 이해한다"며 "당선되면 여당 의원인 정 의원이 주장하는 '쌍발통'에 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나 김호서까지 함께 하는 '세발통'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자처했다.


임정엽 예비후보도 "정운천 의원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비례대표 전북 몫 상실에 따른 정치력 약화 우려를 일거에 해소시킨 결정"이라고 바라봤다.


유력 여권 후보가 사라지면서 범야권 무소속 예비후보 간의 신경전은 전면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김호서 예비후보는 이번 4·5 재선거가 이상직 전 의원의 부정부패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판단 준거라며 임정엽 후보의 알선수재 전과를 비판하고 있다. 임 예비후보는 이같은 공격은 '진흙탕 선거'의 시작이자 구태 정치의 발현이라는 입장이다.


김호서 예비후보는 "정운천 의원의 불출마로 무소속 후보간 연대는 이제 소멸됐다. 나 김호서는 끝까지 완주해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지금 지역의 민심은 비리와 부패를 청산하고 잘살고 희망이 넘치는 새로운 전주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전주을 재선거를 통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더 이상 정치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깨끗한 전북 정치의 새 시대를 여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그 일을 범죄 경력이 없는 나 김호서가 앞장서서 해내겠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임정엽 예비후보는 "정운천 의원이 불출마를, 김호서 후보는 완주를 선언했다"며 "두 후보의 회견문을 분석해보니 '진흙탕 선거'가 시작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주세력이 힘을 모아 검찰독재에 저항해야할 엄중한 시기에 구태 정치가 다시 발현된다는 게 안타깝다"며 "나는 이같은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책 우선의 클린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사전투표까지 27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유력 후보가 빠지고 구도가 비로소 확정되면서, 남은 기간 동안에 치열한 포격전이 전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와 민주당 복당 공약의 현실성 여부, 전북특별자치도 시대에 전주의 위상과 발전 복안 등 크게 봐서 3개의 축으로 선거전의 쟁점이 형성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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