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전사 외교관’ 별명답게 첫 회견부터 대미 강경발언 쏟아내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전랑'(戰狼·늑대전사)이라는 그의 별명답게 직설화법을 구사했다. 특히 미국을 향해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충돌하게 될 것”이라는 등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예년과 달리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어 북핵 이슈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친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에 강한 돌직구를 던졌다. 그는 미·중관계에 개선에 대한 질문에 "미국은 국제질서 등을 위반하며 규제와 불법적 제재를 시행하는 등 이성적이고 건전한 궤도를 벗어났다"며 "미국은 오직 중국을 경쟁자로 보고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을 반칙을 일삼는 운동선수’에 비유하며 압박과 대항 중심인 대중국 정책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계속 잘못된 길을 간다면 재앙적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를 지내다 지난해 말 외교부장으로 전격 발탁된 그는 지난 2005∼2010년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초기를 포함하는 2011∼2014년 두 차례 외교부 대변인을 맡는 동안 중국 입장을 강경하게 표명하는 발언들을 내뱉으면서 이른바 '전랑외교'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정찰풍선 논란을 먼저 거론했다. 친 부장은 “완전히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우발적인 의외의 사건”이라며 “미국도 현실적인 위협이 아닌 것으로 인식했지만 무력을 남용하고 이를 구실로 피할 수 있었던 외교 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완전히 비이성적이며 건강한 궤도를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미국이 말하는 이른바 ‘경쟁’은 전방위 억압과 억제이자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미국이 중·미관계에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충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중국이 반격하지 못하고 욕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 부장은 “만약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이 있어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고, 필연적으로 충돌과 대항에 빠져들 것”이라며 “그 재앙적인 결과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러 관계에 대해 "동맹을 맺지 않고, 대항을 하지 않고,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 기초 위에서 세계 어느 국가에도 위협이 되지 않으며, 어느 제3자의 간섭과 도발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우리는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평화를, 제재와 대화 사이에서 대화를, 파멸과 번영 중 번영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러 무기 제공설과 관련해 "충돌의 어느 일방에도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과거형으로 대답했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선 "정상 간의 왕래는 중러 관계의 나침반이자 잣대"라고만 짧게 답했다.
친 부장은 대만문제에 대해서는 “대만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 중의 기초이며, 중·미 관계의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 라인”이라며 "누구도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려는 중국 정부와 인민의 결연한 결심, 굳건한 의지, 강대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친 부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자유·개방을 표방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패거리를 형성하고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집단을 형성한다”면서 “지역 안보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대항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별명을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친 부장은 “자신이 미국 대사로 부임할 때 ‘중국 전랑’이 왔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외교부장에 취임할 때는 이런 보도가 없었다”며 서 “이른바 ‘전랑외교’는 일종의 ‘레토릭 함정’이다. 중국과 중국 외교를 모르고 사실을 무시하는 나쁜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장의 내외신 기자회견은 해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기간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행사로, 중국의 그해 외교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다. 친 부장은 올해 전반적인 외교정책 기조에 대해 “핵심이익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 일체의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 냉전사고, 진영 대항과 억제·탄압에 결연히 반대하고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단호하게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1시간 50분간 모두 14개의 질문에 답한 친 부장은 이례적으로 한·중관계와 북한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한국 매체에는 질문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