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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소아의료체계' 구축한다는 서울시…의료계 "현장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


입력 2023.03.22 05:01 수정 2023.03.22 05:01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4월부터 1·2·3차 의료전달체계 구축해 야간 소아진료 강화…2차, 3차 24시간 진료 및 상담 운영

의료계 "야근 인력 증가시 인건비 나와야 하는데…진찰료에만 의존하는 소아과 그렇지 못한 구조"

"소아과 전공의, 오래 전부터 부족…일반진료 시간대 일할 인력도 없는데, 야간진료 의사 구해질까"

"아이 부모 하는 말만 듣고 상담하라? 전형적인 탁상행정…의료수가 합리적인 방향 개선돼야 가능"

서울시청ⓒ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부모들이 밤에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을 방지하고 아이들을 신속하게 진료하기 위해 '야간 소아의료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서울시가 정말 현장을 모르는 것 같다"며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무엇보다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현장의 이런 부분들은 헤아리지 못한 채 전형적인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는 4월부터 시행되는 서울시의 '야간 소아의료체계'는 1·2·3차 의료전달체계(의원·병원·상급종합병원급)를 구축해 야간 소아진료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1차인 동네 의원은 강남권과 강북권으로 나눠서 각각 4곳의 '우리아이 안심의원'을 지정·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평일 오후 9시까지 진료를 본다. 시는 운영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정확히 얼마를 지원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2차 의료기관은 권역별로 병원 4곳을 두고 24시간 진료한다. 3차 병원은 마찬가지로 24시간 진료하는 '우리아이 전문응급센터' 3곳을 운영한다. 시는 또 늦은 밤 내원을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밤 9~12시에는 야간상담센터 2곳을 운영해 증상에 대한 전문상담을 지원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에서 청소년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소아청소년과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같은 정책에 대해 의료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나오는 정책이라고 힐난했다.


송종근 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서울시) 공무원분들이 야근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본인들의 근무환경을 일반 근로자의 근무환경과 동일시 여기는 것 같다"며 "병원 일이라는 건 일반적인 서류작업과 달리 아픈 환자를 상대하는 일이고, 특히 소아과는 어린 환자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더욱 예민하고 심적 부담이 크다. 야근이라고 해도 똑같은 환경은 아닌 셈"이라고 지적했다.


송 원장은 이어 "특히 야근하는 인력을 늘리려면 그만큼 인건비가 나와야 하는데 소아과는 그렇지 못한 구조다. 소아과는 다른 과와 다르게 수입원의 대부분을 진찰료에 의존한다"며 "하루에 내원할 야간 환자가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진찰료 수입만으로 야간 진료를 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24시간 응급센터를 두는 종합병원의 경우 교수님들이 아니라 레지던트(전공의)분들이 야간진료를 하게 될 텐데 소아과는 전공의가 아주 오래 전부터 부족해서 가뭄을 겪고 있다"며 "일반 진료 시간대에 일할 인력 수급도 힘든데, 야간 진료를 할 의사가 쉽게 구해지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정말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입으로 '저 어디가 아파요' 설명도 못하기 때문에 대면 진료를 해도 환부나 정확한 증상을 놓치는 일이 있다. 그런데 이걸 청진기도 대지 못한 상태로 아이 부모가 하는 말만 듣고 상담하라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고 현장을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인력수급 문제와 관련해 무엇보다 의료 수가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원장은 "소아과는 근본적으로 진찰료만 받고 진료를 하는데 이 수가가 너무 낮다. 병원에 첫 내원한 환자는 초진료로 보통 1만6000~7000원을 받고, 이후부터는 재진료로 1만 2000원 정도를 받는다"며 "제가 2006년 개업을 했는데 당시 재진료가 9000원 수준이었다. 17년간 오른 물가에 비하면 의료 수가는 제자리 걸음인 셈"이라고 밝혔다.


송 원장은 그러면서 "서울시가 이런 부분을 알아야 하고, 이 시스템이 변해야 인프라가 바뀐다"며 "이런 부분은 정부가 힘을 써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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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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