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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세단 아니야?" 풀옵션 2800만원 쉐보레 트랙스의 '대반란'


입력 2023.03.24 06:00 수정 2023.03.24 06: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ACTIV 트림 풀옵션 2814만원… 성능까지 좋다

밟는대로 쭉쭉 뻗는다… 세단 같은 안정적 주행감

'쉐보레 맞아?'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디자인된 대시보드

저렴한 소재·수동 사이드미러, 아쉽지만 안고 간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한국GM

"2800만원으로 소형 SUV 풀옵션을 뽑을 수 있다니. 대충 만든 거 아냐?"


지난 22일 국내 출시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가격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가격이 많이 오르면 비싸다고 불평하지만, 반대로 가격이 너무 낮으니 그것도 걱정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동안 쉐보레 차에 따라 붙은 수식어는 '단단함', '안전성', '무게감', '주행성능' 등 다양했다. 하지만 그 중 '저렴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오히려 동급 경쟁 차량과 비교하면 다소 비싸다는 반응이 많았고, 그나마 쉐보레 오너들 사이에서 '동급 대비 성능이 좋다'며 비싼 가격을 방어하는 편이었다.


그렇다면 쉐보레는 이 가격에 차를 내놓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을까. 저렴한 가격 속에 그간 시장에서 승부해온 안전성과 묵직한 주행감을 충분히 담아냈을까. 웬만한 소형 SUV보다 큰 차체를 거침없이 굴리기에 1.2 가솔린 터보 엔진은 힘이 달리지 않을까. '저렴하지 않았던' 쉐보레의 '저렴한' 차량,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직접 시승해봤다.


평균 이상의 기본기, 가격으로 상쇄되지 않는 단점은 없다


지난 2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만나봤다. 이날 준비된 시승차량은액티브(ACTIV)와 RS 2가지 트림인데, 액티브 트림은 아웃도어, 캠핑 등에 초점이 맞춰졌고 RS는 도심 주행과 스포티함이 강조된 모델이다. 기자는 아웃도어 특화 옵션인 '힛더로드 패키지(루프 크로스 바+러기지 라이너)'를 제외한 모든 옵션이 장착된 액티브 모델을 시승했다.


시승 코스는 행사 장소에서 파주에 위치한 카페 '소풍농월'까지 왕복 약 70km 구간이었다. 자유로를 타고 쭉 달리는 코스가 마련돼 주행 성능 테스트는 도심 주행 보다는 고속 주행 위주로 이뤄졌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액티브 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액티브 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트랙스를 처음 마주하면 모난 곳 없이 잘생겼으면서도 익숙함이 물씬 풍긴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트레일블레이저를 위에서 누른 모습처럼 생겼다. 기존 모델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새로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트레일블레이저가 워낙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던 모델인 만큼 트랙스 역시 디자인을 보고 '못생겼다'고 평가하긴 쉽지 않다.


전면부 디자인은 헤드램프 사이부터 하단부까지 멋드러지게 뻗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스포티하고 잘생긴 느낌을 자아낸다. 길게 쭉 찢어진 눈은 뾰족하고 날렵한 인상을 더하는 포인트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쌍커풀이 없어지고 살이 쫙 빠진 모습이다. 번호판 하단부에는 가로로 길게 은색 크롬 장식이 들어가면서 제법 고급스러운 느낌도 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RS(왼쪽)와 액티브(오른쪽)의 전면부. ⓒ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트랙스 크로스오버 RS(왼쪽)와 액티브(오른쪽)의 전면부. ⓒ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흥미로운 것은 액티브 트림과 RS 트림의 전면부 디자인이 다르게 생겼단 점이다. 기자가 탑승한 액티브 트림과 달리 RS트림은 라디에이터 그릴 양쪽에 X자 라인의 수염이 추가됐다. 액티브 트림보다 그릴의 높이가 짧고, 은색 크롬장식도 하단이 아닌 양쪽 헤드램프를 잇는 그릴 중앙의 가로 선에 들어갔다.


측면으로 돌아서면 트레일블레이저와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크로스오버 차량답게 전고가 낮아지면서 한층 날렵한 느낌을 내고, GM 식구인 캐딜락 XT4의 측면과 비슷한 느낌도 있다. 후면의 양쪽 디귿(ㄷ)자 모양 리어램프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트랙스 크로스오버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내부는 기존 쉐보레 차량을 타봤다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최신'의 느낌을 낸다. 작은 디스플레이와 수많은 물리버튼을 고집하던 쉐보레는 이번 트랙스에선 8인치 컬러 클러스터와 11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 듀얼 스크린을 적용했다. 핸들 중앙에 박힌 로고를 보고 나서야 쉐보레 차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혁신적 변화다.


물론 공조조절, 핸들 열선, 통풍·온열시트 등을 조작하는 물리버튼이 여전히 쉐보레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디스플레이 아래에 위치해있다. 그래도 널찍한 디스플레이는 매우 반가운 변화다. 심지어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방향으로 살짝 틀어져 있어 심미적인 효과와 함께 운전 시에 화면을 보기에도 편리하다.


대시보드와 송풍구 등에도 디자인 요소가 반영됐다. 기본에 충실했던 쉐보레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향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어느정도는 타협을 시도한 것 같다.


조수석에서 본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송풍구와 대시보드.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조수석에서 본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송풍구와 대시보드.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다만 원가절감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 역시 내부다. 시트부터 천장, 대시보드 등 대부분의 마감과 소재에서 대체적으로 저렴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시트는 푹신하지만 몸을 잡아준다는 느낌을 느끼기에는 다소 어렵고, 모처럼 예쁘게 디자인된 대시보드는 만져보면 사실 그림을 그려놓은 플라스틱이다. 썬루프 덮개도 수동인데, 차라리 썬루프 옵션 가격을 조금 더 받더라도 파노라마 썬루프를 적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가장 높은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해도 3000만원이 채 안되는 차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었다면 어느정도 내려놓을 필요성은 있겠다. 고민하고 애쓴 흔적은 있지만,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의 인테리어 수준을 예상하고 트랙스를 본다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원래 쉐보레가 투박한 인테리어를 고집해왔던 만큼 이를 충분히 알고 있는 소비자라면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닐 수도 있겠다.



계기판 디스플레이와 겹쳐진 중앙 디스플레이. 운전자 방향으로 약 9도 가량 기울어져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계기판 디스플레이와 겹쳐진 중앙 디스플레이. 운전자 방향으로 약 9도 가량 기울어져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하지만 이 차를 디자인만 보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역시 쉐보레' 라는 말이 곧바로 따라붙기 때문이다. '쉐슬람'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쉐보레를 지지하는 고정 팬층이 탄탄한 것은 역시 쉐보레는 밟아봐야 아는 차이기 때문일 터다.


시승 전 우려했던 1.2 가솔린 터보 엔진은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거뜬히 제 힘을 발휘해냈다. 정지상태에서 급가속 할때 약간의 딜레이가 있기는 하지만, 속도를 150km/h까지 올렸음에도 엔진 소리가 과도하게 커지거나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CUV의 최대 장점인 '세단같은' 주행감은 높은 만족감을 주는 요소다. 차가 낮게 설계돼 급 선회시 흔들림이 적고, 핸들링도 가볍고 부드럽다. 낮은 차량 가격 때문에 주행시 노면소음과 풍절음도 꽤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된 덕분에 예상보다는 준수했다. SUV가 높은 공간 활용성을 갖춘 대신 주행감은 포기해야했다면, 트랙스는 세단의 주행감과 공간활용성을 모두 갖췄다.


2열 시트를 폴딩한 상태에서 찍은 트렁크.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2열 시트를 폴딩한 상태에서 찍은 트렁크.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2700mm의 긴 휠베이스 덕에 2열 공간도 넉넉히 확보했다. 2열에 앉았을 때 넓은 레그룸 덕에 좁다거나 불편하다는 느낌은 조금도 받지 못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휠베이스가 2640mm, 코나가 2660m, 니로가 2720mm임을 감안하면 전고가 낮을 뿐 실내 크기는 트랙스가 꽤 넓은 축에 속하는 셈이다.


트랙스는 저렴한 가격만 무기인 줄 알았더니 잘생긴 외모와 평균 이상의 기본기, 옵션과 높은 완성도까지 갖춘 '돌연변이'였다. 한국GM이 주력으로 타겟팅한 2030뿐 아니라 은퇴 후 여가를 즐기는 노년층, 출퇴근 용으로 가볍게 탈 차를 고려하는 직장인들에게도 틀림없이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깃

- 저렴한데 성능 좋은 '인생 첫 차'를 찾고 있다면

-'쉐슬람' 자처하는 당신, 이번에도 만족하실 거에요


▲주의할 점

-최선을 다해 최신 룩을 만들었지만 경쟁 차종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쉬운 실내

-최고급 트림 풀옵션 사더라도 '2000만원 초반대' 처럼 보일 수 있다

-전 과목 모두 80점 이상이지만 100점 짜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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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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