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삼성 홈구장서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
대구 서문시장도 찾아…취임 후 두 번째
지난달 31일 경남 통영·진해, 전남 순천 방문
내수 진작·민생 대통령 부각 등 위한 행보
취임 1주년(5월 10일)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영·호남을 가로지르며 바닥 민심을 훑었다. 지난달 31일 경남 통영과 진해, 전남 순천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보수의 심장'으로 통하는 대구를 찾았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내수 진작, '민생 대통령'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영·호남 민생투어'가 '한일 저자세 외교 논란' 및 '근로시간 유연화 논란' 등으로 하락한 국정 지지율(국정수행 긍정 평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1일 오후 김건희 여사와 함께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장 100주년 맞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서문시장에서 격려와 응원을 힘껏 받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다시 여러분을 뵈니 국정의 방향, 국정의 목표가 오직 국민이라는 초심을 다시 새기게 된다"며 "왜 정치를 시작했고, 누구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가슴 벅차게 느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권 주자 시절부터 서문시장을 여러 차례 찾았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인 2021년 7월과 10월,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해 3월,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4월, 취임 후인 지난해 8월에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지난 1월에는 김 여사 혼자서 서문시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할 일은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라며 "부당한 지대 추구에 혈안이 된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열심히 땀 흘리는 국민 여러분께서 잘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대구 시민의 땀과 눈물이 담긴 역사의 현장인 서문시장에 이러한 우리의 헌법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문시장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와 함께 내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서문시장과 같은 전통시장들이 손님들로 붐비고 더욱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육성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에서 "다양한 문화 관광상품과 골목상권 및 지역시장의 생산품, 특산품에 대한 소비와 판매가 원활히 연계되도록 해서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며 "전통시장을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 많은 사람이 붐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후 4시 25분께 서문시장 초입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30분간 약 500m를 걸으며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하면서 행사장으로 향했다. 김 여사는 한 발짝 정도 뒤에서 윤 대통령을 따라갔다.
윤 대통령은 서문시장 방문 전에는 대구 삼성라이온즈 홈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와 보수 민심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여사와 함께 삼성라이온즈 홈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프로야구 개막전을 찾았다.
네이비색 국가대표 야구팀 점퍼를 입고 마운드에 오른 윤 대통령은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으며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윤 대통령 옆에서 시구를 본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역대급 돌직구'라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대통령이 프로야구 시구를 한 건 전두환·김영삼·노무현·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6번째이고,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는 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다.
윤 대통령이 시구한 공과 글러브는 윤 대통령 부부의 친필 사인이 적혀 부산 기장군에 건립될 야구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 시구와 관련해 "내수 활성화, 스포츠 산업 육성, 국민 여가 활성화, 소통 차원에서 기획된 행사였는데, 큰 관심을 보여주셔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 전날엔 경남 진해 군항제를 비공개로 방문해 시민들과 소통한 뒤 지역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 부부는 경남 통영과 전남 순천을 잇달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남 통영에서 열린 '제12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해 "수산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고 수산인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수산업을 잘 챙기겠다는 대선 공약 이행 차원이었지만, 최근 불거진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행사 직전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에 들어올 일은 없다"고 거듭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이어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찾아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김영록 전남지사로부터 가뭄 상황과 지역 주민들의 고충 등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총력 대응해 어떤 경우에도 지역 주민과 산업단지에 물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호남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며 "제대로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개막식 후 열린 만찬에는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등 야당 소속 단체장들도 참석했는데, 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광주 인공지능(AI) 고등학교 유치에 감사를 표한 것은 물론 김 여사에게 오는 7일 개막하는 '제14회 광주 비엔날레'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 시장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대표적인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정치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