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9시 45분께 갑자기 무너져…40대 여성 1명 숨지고 20대 남성 중상
지난해 분당구 안전점검서 '양호' 판정…결과표에 '중대 결함 확인되지 않아' 기재
전문가 "안전점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노후화 건물, 점검 횟수·항목 늘려야"
성남시, 교량 하부 지나는 상수도관 파열에 의한 가능성 제기…경찰, 중대재해법 적용 검토中
성남시와 경찰 등이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정자교 보행로 붕괴 원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아직 조사 초기 단계라 원인을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노후화로 인한 붕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성남시는 교량 하부를 지나는 상수도관 파열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경찰은 중대재해법으로 처벌이 가능한지 검토에 착수했다.
5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자교 난간 보행로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3초 만에 갑자기 무너졌다. 보행로는 교량 양쪽 측면에 위치해 있는데 각각 폭이 2.2~2.5m 정도다. 무너진 부분은 전체 108m 구간 중 한쪽 50m가량이다. 무너져 내린 부분 중 30여m 구간의 교량 가드레일과 이정표 등이 교각 밑 밑 탄천 산책로로 쏟아져 내렸다.
이날 사고로 교각 위 보행로를 걷던 보행자 40대 여성 A 씨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또 B(27) 씨는 허리 등을 크게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분당구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관내 교량 180개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했는데, 정자교는 당시 B등급으료 '양호' 판정을 받았다.
당시 정자교에 대한 안전점겸 결과표에는 '점검일 현재 구조물의 안전성에 위험을 초래할만한 손상 및 중대 결함은 확인되지 않아 정밀안전점검(긴급안전점검) 또는 정밀 안전 진단을 필요하지 않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정자교는 정자교는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1993년 건설된 왕복 6차로 교각이다. 건설된 지 30년이 넘었기 때문에 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노후화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닫을 수는 없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는 "교각과 같은 구조물의 하중이나 하중 변화에 따른 저항력을 '내하력'이라고 하는데, 지금 단계에서 섣부르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교각의 노후화에 따라 이 내하력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또 교각 건설 후 시간이 흐르면서 교각을 구성하는 철근이나 콘크리트가 햇빛이나 날씨에 의해 동결‧융해되면서 내구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재난안전은 선제적 복지고, 선제적인 행정이 핵심이다"며 "이번에 사고가 난 교량 뿐만 아니라 노후화 된 건물, 지하철 등 안전진단이나 정기점검이 필요한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땜질 처방을 하고 넘길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켜서 확실하게 교체하고 보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설된지 오래된 교량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안전점검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점검 후 시간이 지나는 동안 무거운 차량들이 왕래했다던지 다양한 이유로 사고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며 "그리고 지난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안전점검은 건설된 지 1년 된 건물과 30년 된 건물에 같은 기준을 두지 말고 노후화가 예상되는 건물이면 정기점검 횟수를 늘리고 안전점검 항목을 늘린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노후화된 건물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성남시 뿐만 아니라 서울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성남시는 이날 붕괴 사고가 교량 하부를 지나는 지름 20㎝짜리 상수도관 파열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상수도관은 교량 하부에 매달려 지나가는 형태인데, 현재 파열된 상태다. 다만 보행로 붕괴 전에 파열된 것인지, 보행로가 붕괴되면서 발생한 충격으로 인해 파열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교각 노후화와 상수도관 파열을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인데, 경찰은 특히 중대재해법으로 처벌이 가능한지 검토에 착수했다. 중대재해법은 공중이용시설의 결함으로 사망자 1명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안전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