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곤충 ‘밀웜’ 활용한 펫푸드 공략
흑삼・홍잠 등 비만 개선 효과에도 주목
농진청, 꾸준한 기능성 사료 연구・개발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2 부재는 ‘월령가’로 정했다. 월령가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 기후변화나 의식 및 행사 따위를 읆는 노래다. 이번 시리즈가 월령가와 같이 매달 농촌진흥청과 농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新농사직썰-월령가’가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지난 2021년 606만 가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10가구 중 3가구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이렇다보니 반려동물 시장은 매년 수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는 2017년 2조3322억원에서 2027년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려동물 양육에서 가장 필수 요소인 사료 시장 역시 동반 성장이 낙관적이다.
주요 해외 사료 브랜드는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농촌진흥청 기술이전, 자체 특허 개발 등으로 해외 브랜드와 경쟁에서 생존법을 찾고 있다.
▶︎청년농업인에게 ‘단비’…농진청 청년농업인경쟁력 사업
30대 청년농업인 김우성(38) 벅스펫 대표는 요즘 국내 반려견 사료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처음 귀농을 결심했던 2015년만 해도 사료는 ‘기호성’이 선택의 바로미터였다. 최근에는 기호성은 물론이고 눈물, 관절, 피부 등 다양한 기능성 사료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졌다.
벅스펫은 이런 소비자 요구에 편승해 기능성 곤충 사료로 펫푸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평소 곤충에 관심이 많았던 김우성 대표는 식용곤충 펫 파우더 3종에 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홍콩에도 수출하는 제품들은 기존 사료와 차별화에 성공하며 시장에 안착 중이다.
김 대표는 “현재 사료 시장은 포화 상태다. 대부분 수입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벅스펫은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철학이 있다”며 “주변 농가들과 상생을 통해 좋은 식재료를 확보하는 등 기능성 사료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벅스펫이 내놓은 사료는 모두 3종이다. 대표 고단백 곤충사료로 꼽히는 ‘밀웜’ 제품 2종과 야채로만 개발한 비건 사료 1종이다. 밀웜 사료는 국내 최대인 40% 함유의 프리미엄급을 최근 출시했다. 이들 3종 제품은 모두 지역 농가에서 재료를 공급 받는다.
특히 비건 사료는 지역농가의 ‘B급 야채’만 재료로 쓰인다. B급 야채는 상품성을 없지만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 농산물이다. 버려지는 B급 사료의 판로 확대와 더불어 반려견 사료의 품질을 높이는 1석2조의 아이디어를 찾아낸 셈이다.
김 대표는 “B급 야채라고 해서 상하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야채들이 하루에도 수십톤이 버려지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버려지는 야채를 활용하면서 지역 농가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귀농 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기능성 사료 개발에 집중했다. 기존 사료들과 차별화 된 제품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겠다”고 밝혔다.
벅스펫은 30대 청년농업인이 사업비 5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다. 지난 2020년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청년농업인경쟁력 제고사업’으로 식용곤충 펫푸드 시설을 확장했다. 이 사업으로 2019년 1억2000만원이던 매출액은 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청년농업인경쟁력 제고사업 지원으로 탄력을 받은 벅스펫은 그 해 밀웜사료 등 펫푸드만으로 홍콩에 1만 달러 수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이듬해인 2021년에는 충북기업진흥원 청년창업 우수기업에 선정되는 겹경사도 누렸다.
청년농업인경쟁력 제고사업은 농진청이 신기술과 청년 농업인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융・복합해 농산물 고부가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자율형 시범사업이다. 지원 대상으로 선발된 청년농업인에게 사업비 5000만원을 지원한다.
사업유형은 ▲신기술 ▲ICT 활용 ▲가공・상품화 ▲체험・치유・관광 ▲유통・마케팅 등 5개 분야다. 지원범위는 유형별 신제품 개발, 가공・상품화, 시제품 제작, 포장재 개발,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에 소요되는 비용, 브랜드・상품로고 제작과 앱・전자상거래 홈페이지 구축 및 홍보영상 제작 등 유통・마케팅 개선비용 등이다.
사업대상은 사업 시행년도 기준 만 18세 이상부터 40세 미만 청년농업인이다. 올해 사업규모는 136개소, 국비 30억6000만원이다. 개소당 5000만원이 지원되며 자부담 10%가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기능성 재료들…“반려견은 행복합니다”
농진청은 다양한 기능성 사료 개발로 국내 반려견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농진청에서 연구・개발한 기능성 사료에는 반려견 건강을 위한 고품질 재료가 가득하다.
대표적인 재료가 쌀과 곤충이다. 기존 사료가 사람이 먹는 건강기능식품 소재를 단순 첨가해 제품화한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농진청의 기능성 사료는 실제 반려견에게 급여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검증한 점이 특징이다.
저항전분이 많이 들어있는 ‘도담쌀’은 농진청에서 개발한 기능성 쌀이다. 일반 쌀에 비해 천천히 소화돼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고, 혈당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진이 고열량먹이로 간 건강 지표인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 수치가 높아진 개에게 도담쌀을 12주간 급여한 결과, ALT 상승이 최대 53.7%까지 억제됐다. 간 건강 지표는 비만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단백질과 지방 중심의 기호도 높은 사료‧간식 섭취가 늘면서 체중 증가로 인한 반려견 비만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고소애’로 불리는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2014년 식용곤충으로 인정을 받아 국내에서 식품원료로 유통 중인 소재다.
농진청은 고소애를 이용해 곤충 단백질 사료 시제품을 개발하고,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식이 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개에게 급여했다.
그 결과 사료를 먹인 모든 개에서 알레르기에 따른 피부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았다. 빨갛게 부어오른 곳이 가라앉거나 피부를 통한 수분 증발(경피수분증발량)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피부염증과 가려움증 감소에 따른 피부 지질층 기능이 회복됐음을 의미한다.
흑삼과 홍삼도 펫푸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능성 재료로 주목을 끌고 있다. 가천대학교와 협업해 흑삼과 홍잠 복합물로 만든 반려동물 식품을 반려견에게 먹였을 때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고열량으로 급여한 반려견 그룹 가운데 흑삼과 홍잠 복합물 식품을 급여한 그룹이 급여하지 않은 그룹보다 체중 증가율이 8%P 낮았다. 반려견 지방 축적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신체충실지수(BCS) 증가율도 10%P 더 내려갔다.즉 흑삼과 홍잠 복합물 식품이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새로운 단백질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유용 곤충인 동애등에 유충을 활용해 반려견에 콜레스테롤 저감 효과가 있는 식품을 개발도 끝마쳤다. 반려견 비만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애등에 유충을 넣은 식품을 먹인 반려견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약 10% 감소(177.6mg/dl → 159.4mg/dl)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지난해까지 식용곤충, 기능성 쌀 등 국내 농산물을 활용해 반려견 간 건강증진, 식이알러지 저감, 면역 증진 등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소개개발 11건, 특허 10건, 기술이전 21건이다. 현재 5개 제품이 판매 중이다.
박범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이번 연구가 반려동물과 반려인 복지수준을 높이고, 수입 식품에 대응한 국내 반려동물 식품산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길 바란다”며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우리 농산물 소비 활성화와 국산 사료 경쟁력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월 25일 [新농사직썰-월령가④]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