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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구한 윤희숙, 진보를 망치는 김남국


입력 2023.05.22 07:07 수정 2023.05.22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민주당 도덕성 기준은 ‘내로남불’

돈 자루에 환장한 선출 양반님들

백년하청 될 것 같은 민주당 쇄신

윤희숙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왼쪽)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데일리안 DB

윤희숙 전 의원은 보수 국민의힘을 도덕적으로 구해냈다. 그는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의원직 사퇴로 답했다. 독립가계로 30년을 살았음에도 아버지의 재산문제에 책임을 진 것이다. 퇴진 압박을 받으며 질질 끌다가 마지못해 사퇴한 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깔끔하게 그만뒀다. 신의와 명예를 중히 여겼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그의 결단은 국민에게 위안을 줬고 자신의 자존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보수정치세력을 불신의 나락에서 건져 올렸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풍조가 만연한 사회분위기에서 그의 ‘흔쾌한 책임지기’는 한 줄기 청신한 바람이 되었다. 국민들은 타락하지 않은 정신을 그에게서 봤다. 보수정치세력을 휩싸고 있던 부패의 이미지를 벗겨내는 동시에 자정력(自淨力)을 입증했다.


언필칭(言必稱: 말을 할 때마다 반드시) ‘진보’를 내세우는 정치세력 안에는 김남국 의원이 있다. ‘코인 金’으로 이름을 떨치기 전 한동안은 ‘이모(姨母) 교수’로 국민들에게 쓴 웃음을 안겼다. 윤 전 의원에 대한 저격수로도 한몫했다.


민주당 도덕성 기준은 ‘내로남불’


“이렇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짙은데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사퇴로 의혹의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한다. 이 사안은 정치적으로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할 사건이다.”(2021년 8월 26일, 페이스북)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자금 출처 및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가 있었는지 여부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수조사를 통해서 KDI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박사'들이 더 있는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같은 글)

이에 앞서 민주당 의원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부동산투기 여부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가 있었다. 이해 6월 7일 동 위원회가 전체회의를 거쳐 공직자 부동산 투기 범정부 특별수사기구인 경찰청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송부한 조사 결과에는 의원 12명의 이름이 올랐다.


민주당은 윤미향, 양이원영 등 비례대표 2명은 제명을 통해 의원직을 유지케 해줬고, 나머지 10명에 대해서는 탈당을 권유했다. 그게 결국 한바탕의 쇼로 끝났다. 탈당을 거부한 의원들의 서슬에 징계는 유야무야되고 탈당계를 낸 의원들은 ‘형평성’ 차원에서 ‘없었던 일’이 됐다. 양 의원도 6월 22일 제명, 10월 8일 복당으로 정리됐고, 윤 의원만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이것이 민주당의 도덕성이다.


윤희숙 전 의원이 사퇴를 했음에도 공격을 가했던 그 김 의원이 알고 봤더니 코인(가상화폐)투자의 귀재였더라고 한다. 1년에 1400회 거래를 할 정도로 거기에 매몰돼 있었다는 언론 보도다. 법사위 회의 때 유난히 휴대전화를 자주, 열심히 들여다 본 까닭이 그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인 자산이 많게는 100억원에 이르렀다는 것으로 미루어 의원직은 명함용이었다고 봐야 할 듯하다.


그가 윤 전 의원을 공격하던 그 기세대로라면 진작 의원직을 내려놨어야 했다. 부모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저지른 일이다. 그런데 그는 소속정당의 내부 조사마저도 회피했다. 탈당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코인논란을 ‘한동훈 검찰의 작품’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한 장관이 “몰래 코인하다 금융당국에 걸린 게 왜 제 작품이라고 하나”라고 반박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그들에게는 이치도 논리도 안 통한다. 우겨대면 없는 죄를 만들고 있는 죄를 지워버릴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인상이다.


돈 자루에 환장한 선출 양반님들


김 의원은 지난 5일 “저는 제 정치 생명과 전 재산 모든 것을 다 걸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의겸 의원에게 ‘뭘 것이냐’고 말한 것처럼 묻겠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은 뭘 거시겠나”고 압박을 가했다. 코인투기 기술의 일단을 보는 느낌이다. 걸기를 그렇게 좋아하니 언제 의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시간이 있었겠는가.


당의 진상조사단이 요구한 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도피성 탈당을 한 김 의원이다. “모든 걸 다 걸겠다”는 그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돈에 환장한 것 같은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말(언어)도박에 졌다고 해서 자리든 돈이든 내놓을 리가 없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유력자들이 연루된 사건이나 추문은 하나같이 돈과 엮여있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돈이야 말로 이들의 정치하는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특히 김 의원은 초선 의원으로서 정치 잘 하는 법을 학습‧연마하는 대신 돈벌이에 매몰돼 있었다고 여겨진다. 시대가 바뀐 만큼 사람들의 가치관도 달라지게 마련이라지만 어떻게 진보(進步: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함)세력을 자처하면서 돈독(毒)이 이 지경으로까지 추하고 심하게 올랐다는 것인지 기가 막힌다.


“문과 홍패(紅牌)라는 것은 크기가 두 자도 못 되지만, 여기에는 100가지 물건이 갖추어져 있다. 이것을 돈 자루라고 부른다.……방에는 기생이나 앉혀두고 뜰에 서 있는 나무에는 학을 친다. 궁한 선비가 되어 시골에 살아도 자기 맘대로 할 수가 있으니, 이웃집 소를 가져다가 자기 밭 먼저 갈고, 마을 사람을 불러다가 내 밭 먼저 김매게 한다. 이렇게 해도 어느 누구도 욕하지 못한다. 잡아다가 잿물을 코에 들이붓고 상투를 잡아매어 벌을 준대도 아무도 원망하지 못한다.”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에 나오는 ‘양반증서 한 대목이다. 돈을 주고 양반을 샀던 정선고을 부자는 군수가 주는 증서를 거절하면서 “맹랑합니다그려. 나를 도둑놈으로 만들 작정이시오”라며 달아나 버렸다. 이 순진한 부자와는 달리 선거를 통해 양반자리(옛날식 표현으로)에 오른 사람들은 증서를 받자마자 ’돈 자루‘ 불리기 기술부터 연마하는 모양이다.


백년하청 될 것 같은 민주당 쇄신


윤 전 의원이 19일 sbs 라디오에 나가 김 의원에 대해 말했다.


“김 의원은 영혼을 코인장에다가 묻어놓은 분이지 않나. 24시간 돌아가는 코인장에 본인의 영혼이 거기 있는 분이다.”

따라서 ’당연히‘ 김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윤 전 의원 자신의 표현대로 ’과하게 책임졌던‘ 사람으로서는 하고도 남을 말이다.그는 “(김 의원이) 여의도에는 거의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와 계셨던 분인 것은 지금까지 나온 얘기로도 충분하다(충분히 확인된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윤 의원의 이 말은 너무 후하다.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그런 식의 태도를 보이면 바로 해고되게 마련이다. 일에는 관심 없고, 근무시간 내내 휴대전화로 코인 거래나 하는 알바를 누가 고용하겠는가. 다른 민주당 사람들, 슬슬 김남국 비호에 나설 조짐인데, 이게 민주당의 조직적 특성인 듯해서 기가 막힌다.


예컨대 양이원영 의원은 “마녀사냥 하듯이 여론재판이 이뤄졌다. 코인 투자를 하는 국민이 600만명이 넘고 코인 투자를 통해서 돈을 벌려는 청년들이 많은데 우리가 코인 투자 자체를 비도덕적이라고 얘기할 건가”라고 따졌다. 관련법의 미비로 국회의원의 업무 중 코인거래가 범법행위인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도덕적으로는 명백한 잘못이다.


국회의원은 (원칙적으로) 겸직을 금지 당한다. 고액의 보수와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 대신 돈벌이에서는 손을 떼라는 뜻이다. 제도의 취지를 모르지 않을 것이면서 돈벌이가 왜 비도덕적이냐고 대드는가? 업무 도중에 사적 돈벌이에 몰두하는 행위는 또 어떤가? 이런 궤변으로 반도덕적 행위를 감싸다니!


지난 14일 민주당 쇄신의원총회는 “재창당의 각오로 근본적 반성과 본격적 쇄신에 나설 것을 약속드린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재창당의 각오? 코인 투자가 왜 비도덕적이냐고 대드는 의원들과 함께? 황하가 맑아지지 못하는(백년하청) 까닭을 정말 모르시겠나요, 민주당의 높은 분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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