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속영장 청구서에 '200억원 약속' 이뤄진 구체적 경위 포함
"박영수, 수익 발생 불확실한 지분 참여 방식 원하지 않아…확실한 방식으로 대가 요구"
"대장동 토지 보상 가액 1% 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받기로 해…부지 150평과 주택도 약속받아"
"우리은행장에 '대장동 사업성 좋다'며 민간업자 청탁 전달하기도"
일명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에게 '넓은 대장동 단독주택'을 요구한 정황이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이같은 요구를 통해 대장동 부지 150평과 주택을 약속받았다고 봤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박 전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핵심 혐의사실인 '200억원 약속'이 이뤄진 구체적 경위를 담았다.
검찰은 김 씨가 양 전 특검보를 통해 우리은행 청탁 대가를 요구받자 대장동 사업 자산관리회사의 증자를 통해 늘어난 지분 중 일부를 주는 방식으로 박 전 특검 측에 200억원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은 "수익 발생이 불확실한 지분 참여 방식은 원하지 않는다. 보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방식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거절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결국 박 전 특검은 자신의 요구대로 1조원에 달하는 대장동 토지 보상 가액의 1%인 100억원을 토지 보상 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받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00억원을 상가 시행 이익으로 약속받은 과정에서도 "고검장님께서 상가를 달라고 하신다"는 양 전 특검보의 요구가 있었다고 검찰은 봤다.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는 과정에도 박 전 특검 측의 요구가 있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양 전 특검보가 "노후에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 "고검장님과 나에게 대장동 단독주택 부지에 집을 지어달라", "고검장님은 집이 좀 넓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고 전한 내용도 구속영장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박 전 특검은 부지 150평과 주택을, 양 전 특검보는 부지 100평과 주택을 각각 약속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박 전 특검이 대가 지급을 보장받기 위해 화천대유의 전신인 서판교자산관리 대표로 양 전 특검보의 제자 출신인 A 변호사를 앉혔다고 의심한다. 박 전 특검이 실제 돈을 받은 구체적인 과정도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지난 2014년 10월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양 전 특검보의 3억원 요구를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씨가 수락하자, 박 전 특검이 "선거하는데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또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여신의향서 청탁 대가로 김씨로부터 5억원을 받았고, 이 돈을 화천대유 증자대금으로 내고 50억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황에도 법원은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핵심 증인인 민간업자들이 박 전 특검과의 대화 등에 대해 다소 온도 차가 있는 진술을 하는 점에 비춰 법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얼마를 받을지 특정되지 않아 약속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해 자기자본투자(PI)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을 해달라는 민간업자 청탁을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구체적인 정황도 구속영장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박 전 특검이 이순우 당시 우리은행장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이 사업성이 좋다. 우리은행도 투자하는 것이 어떠냐. 우리은행 담당자가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전달받은 유구현 당시 부동산금융사업본부 부행장이 실무자인 B부장에게 "박영수 의장도 신경 쓰는 사업이니 각별히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고, 새 부행장이 오자 B부장이 '대장동 사업은 행장과 박영수 의장의 관심 사업으로서 주요 추진 사업'이라는 취지로 보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박 전 특검의 조력으로 PI투자를 위한 은행 내부 규정의 신속한 정비, 부국증권의 컨소시엄 배제 등 김씨의 청탁이 성사됐다는 것이 검찰의 조사 결과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같이 청탁이 전달되는 과정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특별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특검에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으로, 부정한 청탁의 유무는 혐의 성립과 무관하다.
다만 법원은 박 전 특검의 '직무 해당성 여부'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특경법상 수재 혐의가 성립하려면 금융회사 임직원이라는 신분이어야 하는데, 당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 우리은행과는 무관했다는 박 전 특검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은 2014년 11월3일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됨에 따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던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돼 이듬해 4월까지 근무한 만큼 범행 당시 금융회사 임직원 신분이었음이 명확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박 전 특검이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소위원회 활동도 하면서 PI와 PF대출 등과 관련한 직무도 수행했다는 것이 검찰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