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2년전 민주 지역위원장과
양평군수가 노선 변경 주장했던 것"
민주당 "새빨간 거짓말…원안에다
운심리 강하IC 설치를 요구했을 뿐"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과 건설 백지화 선언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요청했는지, 노선 변경은 그토록 이례적인 일인지, 노선 변경에 따라 김건희 여사 처가 보유 부동산에 실제 이득이 돌아가는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놓고서도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서울양평고속도로의 노선 변경은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처가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방향으로 고속도로의 종점을 돌리도록 요구한 주체는 정부·여당이 아닌 민주당이라는 뜻이 된다.
이 사건은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새로운 종점으로 변경된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 김 여사 처가 소유의 부동산이 많다는 의혹으로 촉발됐다. 실제로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 씨가 설립해 오빠 김모 씨가 운영 중인 부동산개발회사 ESI&D 등은 고속도로 변경안 종점인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와, 양근대교를 사이에 두고 접한 양평읍 양근리·공흥리·백안리 일대에 1만여 평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고속도로의 노선 변경을 요청한 당사자가 민주당이라면 의혹이 성립될 여지가 없어진다. 민주당의 요구로 종점이 뜻하지 않게 김 여사 처가 소유 부동산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간 셈이 되기 때문이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의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제기는 노선 변경에 관한 자신들의 입장을 180도 바꾼 낯두꺼운 행태"라며 "이미 2년 전부터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가 강하IC 설치를 포함한 현재의 대안 노선을 주장했는데, 지금 민주당은 이를 전혀 언급조차 않고 김건희 여사 일가 토지에 특혜를 주기 위한 노선 변경이라고 허위·날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중앙당이 노선 변경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 양평군 지역 정치인들이 요구했다는 것이다.
변경된 종점에 김건희 처가 관계 소유
부동산 1만여 평 있어 논란이 됐던 것
민주당 측이 요구해 변경된 것이라면
권력형 의혹이 성립될 여지는 사라져
실제로 지난 2021년 5월 최재관 민주당 경기 여주·양평 지역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정동균 당시 양평군수와 지역 차원에서의 당정협의를 갖고 서울양평고속도로에 강하IC 설치를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양평군 양서면으로 향하던 고속도로가 양평군 강상면으로 방향을 틀면서, 강하면에 강하IC 설치 계획을 포함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다만 민주당은 펄쩍 뛰고 있다. 고속도로 원안이 양평군 강하면을 지나가기만 하고 진출입IC가 없어 강하면 주민들의 불만이 있는 관계로 강하IC를 설치해달라고 한 것은 맞지만, 종점을 바꿔가며 노선을 틀어달라고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즉, 노선 원안을 전제로 중간에 강하IC를 설치해달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최재관 위원장은 "강하IC 신설을 요구했을 뿐 노선과 종점을 바꿔달라고 한 적은 없다"며 "원안 노선이 통과하는 강하면 운심리에 IC를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국토부 변경안은 강하면 왕창리에 만드는 것이어서 우리가 요구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당이 먼저 노선 변경을 요청했다'며 우리 당 최재관 지역위원장, 정동균 당시 양평군수에게 책임을 덮어씌운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2년 전에는 변경안 자체가 없었다. 당시 (원안에 더해) 설치하고자 했던 IC는 강하면 (운심리) 방향"이라고 반박했다.
요약하자면 정부·여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은 최재관 위원장과 정동균 당시 군수 등 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의 요구에 따른 변경이라, 김건희 여사 처가가 연루된 권력형 의혹이라 볼 여지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야당은 노선 변경을 요구했던 게 아니라 원안을 전제로 IC 추가 설치만 요구했던 것이라, 그 요구를 기화로 노선을 틀고 종점을 변경한 것은 권력형 의혹이라는 주장이다.
양평군에 전원주택 김부겸 위한 변경?
김부겸 주택은 전수리 소재, 운심리·
왕창리 아니지만 접해 있어…"총리가
186평 땅값 올리자고 IC 요구했겠냐"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 2021년 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의 강하IC 설치 요구가 양평군 강하면에 전원주택을 지은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를 위한 일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윤희석 대변인은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2021년 4월 강하IC 근처에 토지를 매입한 김부겸 전 총리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토지 매입 후 불과 한 달 뒤 민주당 지역 인사들이 나서서 강하IC 설치를 요구했으니, 민주당이 그토록 좋아하는 '정황 분석'에 따르면 이보다 더 확실한 특혜는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부겸 전 총리의 전원주택은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에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에 의하더라도, 변경안에 의하더라도 직접적으로 강하IC가 설치되는 지역은 아니다. 원안에 의하면 강하IC가 설치될 수 있는 곳은 강하면 운심리 일대이며, 변경안에 의하면 강하면 왕창리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강하면 전수리는 운심리의 바로 동쪽에 접해있으며, 왕창리에서도 바로 북쪽에 접해있다. 두 지역 다 88번 지방도로를 따라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원안에서 강하IC가 추가 설치되든, 변경안이 확정되고 이에 따라 강하IC가 설치되든 김부겸 전 총리는 이득을 보는 셈이다.
김부겸 전 총리가 배우자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부동산은 전원주택으로, 대지는 약 186평이다. 이와 관련, 김 전 총리는 "(내 땅이) 몇천 평 있다면 오해 받을만 하지만, 총리가 고작 190평 땅 위에 지은 60평짜리 집값을 올리자고 고속도로 IC 요구를 했겠느냐"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