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총선서 죽기 살기로 할 것" 발언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통영 출마 가능성
친문 출마 예고에 '공천 경쟁 과열 우려'↑
일각선 "계파 갈등으로 확산될 염려도"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예고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분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의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총선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친문은 물론 친낙(친이낙연)계와 친명(친이재명)계의 사이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공천 경쟁이 계파 갈등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은 17일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꼬집으며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외교의 틀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얼치기 이념 외교와 터무니없는 미국 대통령 흉내를 내며 대한민국의 국익을 배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임 이사장의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본인이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앞서 임 이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 강서을 지역위원회 명사 특강에서 "다시 국민과 손잡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회복할 때까지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이틀 연속 현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낸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공개 정치 행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친문계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역시 친문으로 분류되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경남 통영·고성 출마를 정조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전 전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퇴임 간담회에서 "늘 바다의 딸임을 자임하고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아왔는데 조만간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방류된다는 데 대해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 전 위원장은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이어 전 전 위원장은 민주당 복귀와 내년 총선에서 통영(통영·고성) 지역구 출마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한복판에서 국민의 부름에 응하고 국민께서 내게 명령하는 일이 뭔지를 생각하고 그 일을 하겠다는 생각"라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당으로 돌아갈지는 차후의 수순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로 전 전 위원장은 내달 초 민주당 경남도당 특강을 시작으로 지역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지는 친문들의 출마 선언에 당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민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은 "본인이 뛰겠다고 하는건 자유지만, OB(올드보이) 정치인들이 최근에 이제 다 출사표를 막 던지고 계시다"며 "미래로 나아가는 정치를 해야 되는데 과거의 것을 답습할 게 아니라 새로운 버전을 내놔야 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나아가 친문계들의 출마 선언으로 인해 당내 분열이 더 부추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문계로 분류됐던 추미애·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각각 친명계로 넘어가거나, 척을 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당내에선 이들이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게 될 경우 당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까지 내놓는다. 특히 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저격한 추 전 장관의 발언을 고리로 친명과 친문·친낙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만큼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만약 (조 전 장관이) 민주당에 입당해 출마한다면 총선 때 '조국의 늪'에 빠지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성호 의원은 "지혜로운 분이기에 민주당 총선 승리에 도움 될 방향을 선택하지, 개인의 명예 회복만을 위한 선택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불출마를 압박하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추 전 장관을 향해 "일종의 탁란 정치를 민주당 내에서 시도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당에 친문 인사들이 한둘이 아닌 만큼 꼭 그들의 출마가 문제가 된다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하거나 당에 피해를 주는 발언까지 하는 건 분명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출마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고 결단이기 때문에 자유이지만, 가장 먼저 공천 여부를 봐야 한다"며 "공천 자체가 매우 민감한 문제인 만큼 지역구 출마자 간에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당이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