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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을 '코로나 학력 저하 학생'에 비유?…김은경 혁신위 좌충우돌


입력 2023.07.21 02:00 수정 2023.07.21 10:4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金 "코로나 때 딱 초선…자기 의견

얘기할 때 정리가 덜 된 느낌 받아"

헌법기관을 대학생 제자 평가하듯

초선들 강력 항의·유감 표명 '발칵'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좌충우돌 설화가 가뜩이나 떨어지는 혁신위의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평가 대상인 '이재명 체제'는 제쳐두고 미국에서 돌아온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해 경고를 날리는가 하면, 이번에는 당 소속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로 학력이 저하된 대학생 제자들에 비유해 물의를 빚고 있다.


김은경 위원장은 20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전날 초선 의원들과의 회동에 대해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 정리가 덜 된 느낌을 받았다"며 "코로나가 가지고 오는 문제점들이 이 국회 안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3월에 금감원에서 임기를 마치고 학교(대학)으로 돌아가 코로나를 겪었던 학생들을 만났을 때, 그 전에 가르쳤던 학생과 코로나를 겪었던 학생들의 차이가 아주 심각할 정도로 있더라"며 "그들이 학력 저하가 심각했는데, 초선이 코로나 때 딱 그 초선들이더라. 그래서 소통이 잘 안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초선 의원들과 만나 혁신위 운영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은 바 있다. 그런데 초선 의원들을 만난 소감을 '코로나를 겪었던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심각했는데, 초선이 코로나 때 딱 그 초선들'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 정리가 덜 된 느낌'이라며, 마치 대학생 제자들 평가하듯 '평가'를 한 것이다.


초선 의원이라 해도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헌법기관이자 대의대표이며, 혁신위원장은 당내에 설치된 임의기구의 임명직 위원장에 불과하다. 게다가 초선 의원은 민주당 168석 중 절반에 가까운 81석을 점하고 있다.


혁신위원장이 당내 초선 의원들을 집단적으로 모욕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의 운영위원장인 윤영덕 의원은 "김 위원장과 통화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했다"며 "김 위원장은 '답답함이 느껴져 이야기를 한 것인데,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회동을 한 몇몇 초선 의원들도 직접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와 유감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화 이번이 처음 아냐…이재명 평가
요구는 "계파 갈등의 성격"이라 폄훼
이낙연엔 "계파 살리려는 것 부적절"
가뜩이나 부족한 혁신 동력 갉아먹어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앞서도 김은경 위원장은 불필요한 발언으로 설화를 빚은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체제'에 대한 평가 요구는 "계파 갈등의 성격을 가진 '특정인에 대한 불만'"이라고 폄훼한 반면, 돌연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서는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절체절명 상황에서 당 원로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혁신의 대상은 좁게 보면 지난해 8·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1년 가까이 당을 이끌어온 '이재명 체제', 넓게 보면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를 초래한 이재명 대선후보 및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일진데, 돌연 '이재명 체제'에 대한 평가가 '계파 갈등'으로 폄하됐다. 그에 반해 1년여 동안 해외에 나가있어 당이 현재 처한 상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이낙연 전 대표를 도마 위에 올린 것이다.


이에 관해서도 당내에서 격렬한 불만이 뒤따르고 있다.


설훈 의원이 먼저 "공명정대한 혁신을 이끌어야 할 혁신위원장이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쏟아낸 속내는 무엇이냐"며 "김은경 위원장의 발언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당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격"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원욱 의원은 "왜 대선을 졌나, 왜 지방선거를 졌나,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도 못하는데 왜 민주당의 지지도는 고착돼 있을까에 대한 평가를 하고 그것을 고쳐가는 것이 혁신위"라고 지적했으며, 윤영찬 의원도 "대선부터 시작해서 지방선거,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서 평가가 있어야 하는데 현 '이재명 체제'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해버리면 문을 닫아놓고 길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런 와중에 혁신위는 번복을 거듭한 끝에 이른바 '혁신 패키지'를 21일 발표 강행하기로 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21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혁신 패키지'를 발표한다. 앞서 이날로 혁신안 발표 간담회를 잡았다가, 국민·당원 혁신 제안을 담기 위해 내주로 미룬다고 한 차례 알렸으나, 다시 원래대로 21일에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간담회 자리에서는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과 설화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작 '혁신 패키지'의 내용은 묻히고, 김 위원장의 설화에 대한 해명이 주를 이루는 자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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