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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진술 안 듣겠다"…검증 없고 '정쟁'만 남은 양평고속도로 공방


입력 2023.07.27 14:06 수정 2023.07.27 14:09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16시간 현안질의 했지만 공허한 공방 지속

"당시 용역업체 부르자"는 與 제안 野 거부

외압 증거나 진술 없어 궁지에 몰린 野

되레 "의혹 여전하다"며 국정조사로 확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의 토지 부근으로 종점 변경 논란이 있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장장 16시간 동안 현안질의를 이어갔지만 공허한 정치 공방 외에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당사자 중 하나인 용역업체를 불러 대안 노선 검토 과정의 증언을 청취하자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하며 일방적 주장만 되풀이되는 양상이었다.


국토위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16시간의 공허한 공방, 결국에는 해결된 것 없고 밝혀진 것 없는 특혜 의혹, 여전한 정치공방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사실은 하나도 확인된 게 없고, 야당이 제기했던 대통령 처가 일가의 땅이 있어 특혜가 있다는 정치적 공방만 16시간 동안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번 현안질의를 앞두고 당초 정치권에서 주안점을 뒀던 쟁점은 △고속도로 노선 결정 과정의 특혜 여부 △권력자의 외압 유무 △국민과 양평군민을 위한 최적의 대안 등 세 가지였다. 하지만 야권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자료제출 문제와 '백지화 선언'의 부적절성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이에 국민의힘은 원 장관을 대변하거나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공전 우려에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결론이 나는 것도 없고, 전부 자기가 주장할 것만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상황인데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자리라면 기술 전문가를 불러 당시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 확인하자"며, 대안 노선을 제시했던 당시 용역업체를 참고인으로 부르자는 제안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전까지만 해도 "부르자"며 호쾌한 모습을 보였던 최인호 민주당 간사는 오후 들어 '위증' 가능성을 들며 처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부를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회법상 위증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의결과 증인에게 7일 전 송달 및 증인 선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조건은 사실상 '참고인 채택 거부'였다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전 국민이 보는 자리에서 누가 감히 거짓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이번 논란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김건희 로드다' '게이트다' 이런 식의 정치 공방만 가지고 왔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해소가 되면 인정을 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가야 하는데 (민주당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말처럼 처음 의혹이 제기된 이후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특혜나 외압 의혹을 입증할 증거나 내부자 진술 등은 전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답답한 듯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가 의혹이라면 의혹이고 특혜라고 하면 특혜다'"라고 적었다.


현안질의 막판 여야가 합의하는 방식으로 타당성 조사를 하고 고속도로 사업을 재개하는 출구전략이 일부 거론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정쟁 국면이 끝나면 양평군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바 있고, 원 장관도 수용 의사를 밝히며 '백지화 선언'에서 일부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야당에서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며 사안은 더욱 정쟁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당론 채택했다"며 "자정을 넘기며 국토위 회의가 진행됐지만 오히려 의구심만 증폭됐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의당 상무위에서 "노선 변경안이 최적노선으로 판명 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이해충돌까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부동산 백지신탁법 법제화를 요구했다. 그는 "여당이 당당하면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 국정조사를 통한 전면 조사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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