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총선 활용 방안 갑론을박
부산 공천설 나오지만…安 "의미 없다"
수도권 '험지 출마론' 있지만 효과 의문
지역구 재출마, 경기남부벨트 기여 의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왕성한 지역구 활동과 함께 주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낙선했지만, 안 의원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국민의힘의 중요 자원임을 부인하는 시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안 의원이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등 '반윤'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친윤 주류 진영의 반감도 크지 않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안 의원을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차기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서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다면, 주변 권역은 물론이고 전체 선거 판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안 의원의 부산 출마다. 부산은 전통적인 국민의힘 강세지역이었으나, 민주당의 전략적인 동진정책으로 일부는 '험지'로 불릴 정도로 판세가 예전 같지 않다. '호남이 지지하는 영남 출신 대선 후보'라는 슬로건으로 두 명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배출된 결과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부산 출신의 대선주자급 인물이 필요한데 안 의원의 적임자라는 게 요지다.
구체적인 지역구도 거론되고 있다. 20·21대 총선에서 내리 민주당 전재수 의원에게 내준 부산 북·강서갑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안 의원은 큰 정치인이기 때문에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지역에서의 핵심 역할, 예를 들어 서부산 벨트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본인에게) 기회"라고 했었다. 당 지도부 주변에서도 부산 공천설이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온다.
하지만 부산 출마는 안 의원의 반대 의사가 완강하다. 부산 지역에서 3~4개 의석을 더 얻어내더라도 전국 판세에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안 의원의 강점인 중도 확장성을 살리기에 부산은 적합한 지역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차기 대선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산보다는 수도권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도권 내 '험지 출마론'이 두 번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바람은 험지에서 분다'는 정치권 격언처럼, 안 의원이 경기도의 어려운 지역구에 출마해 선전한다면 전체 선거 판도를 이끄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험지를 자처해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공천 갈등도 피할 수 있고,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까지 탄탄대로가 열리게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안 의원 입장에서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지역 선거에 집중해 큰 흐름을 놓칠 수 있고 자칫 패배할 경우 정치 생명까지 장담하기 어렵다. 더구나 재·보궐선거로 당선되자마자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것도 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부족하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중앙정치 셈법에 따라 중진의원을 험지로 보냈다가 험지서 패배하고 기존 지역도 잃었던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현 지역구인 성남 분당갑에 공천하고, 경기 남부 권역 선거에 안 의원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성남시를 비롯해 주변 수원·화성·용인·평택·의왕과천 등을 표심의 영향을 받는 권역으로 묶고 안 의원이 지원 유세를 돌며 이른바 남부벨트를 형성하는 게 계획의 핵심이다. 안 의원이 가장 원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1일 YTN 뉴스에 출연한 안 의원은 "수도권 승리가 중요한데, 수도권에서 중도 소구력이 있고 선거를 앞장서서 지휘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지난해 재·보궐선거 때 내 지역뿐만 아니라 외부 지원을 50곳 이상 나갔기에 많은 분들을 당선시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당직과 관계없이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물론 그 전에 풀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먼저 피 말리는 공천 과정과 이에 따른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직전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차기 대선주자임에도 희생과 헌신이 아닌 안락한 자신의 지역구만 사수하려 한다는 세간의 비판 역시 넘어야 한다. 국민의힘의 한 원외 관계자는 "어떤 선택이 더 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것인지가 안 의원이 고심해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