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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만 명확하다면…민사소송, AI판사가 맡아도 무방" [법원의 미래 ③]


입력 2023.08.07 04:58 수정 2023.08.07 06:42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OECD "전 세계 일자리 27%, 인공지능 혁명으로 자동화 가능…AI, 판사 판결도 돕고 있어"

법조계 "인공지능판사 도입, 당장 힘들겠지만…AI기술 보조적으로 이용될 가능성 충분"

"AI판사 본격 도입 위해…'편향성 띌 수 있는 정보' 잘 판별할 수 있도록 기기 설정해야"

"AI판사 특성상 증인신문 절차 불가능…처음부터 사실관계 명확하고 변수 없는 사건 배당해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AI판사가 인간 법관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판사의 판결에 AI 기술이 접목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국내 법조계에서도 AI판사를 당장 도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AI 기술이 보조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간 판사가 맡을 사건과 AI판사가 맡을 사건을 명확히 구분만 한다면 민사소송의 경우엔 AI판사가 진행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최근 OECD는 '2023년 고용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일자리의 27%는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인해 쉽게 자동화될 수 있는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며 "의사의 수술과 판사의 판결을 돕는 데까지 여러 전문직의 업무 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AI판사 도입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으나 법정 밖에선 AI의 활약이 눈부시다. 국내에 한정된 리걸테크(legal tech, 법률+기술)만 해도 법률과 판례를 검색할 수 있는 엘박스와 인텔리콘, 변호사 비대면 상담과 선임을 도와주는 로톡과 로앤굿이 있다. 법률 문서 작성을 도와주는 리걸인사이트와 고소하게, 입법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코딧도 존재한다.


법무법인 태일 최재윤 변호사는 "AI판사를 도입하게 되면 재판의 신속성이 증대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다만, 당장 도입하기는 쉽지 않기에 양형 자료를 분석하는 등 AI판사가 보조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특히 AI판사가 도입되면 판례나 정보를 빨리 검색할 수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판결문 초안을 만들어주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인간 판사가 이 판결문이 이상 없는지 검토하는 식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AI판사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선 편향성을 띌 수 있는 정보를 잘 판별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용과정에 있어 개인 정보 노출의 우려가 있기에 이 점도 잘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에서도 개인정보 노출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공공의 업무를 담당할 AI판사가 이같은 사고를 내면 큰일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AI판사 도입에 앞서 인간 판사와 AI 판사가 맡을 사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 부분만 명확해지면) 3000만원 이하의 형사사건과 민사소송은 AI판사를 써도 문제 되지 않을 것"며 "시간이 지나도 법 감정이 달라지지 않는 사건은 AI판사를 이용하면 효율적일 것이다. 또 '양심적 병역 거부'같은 기존의 판례와 달라진 사건에 한해서만 AI판사가 아닌 인간 판사가 판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인텔리콘 법률사무소 양석용 변호사는 "프랑스의 경우 판단 결과에 대해 시위를 할 정도로 사법 불신이 팽배하다. 한국의 경우 3심 제도를 통해 판결에 대한 불복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판사 자체를 겨냥한 시위는 없었다"며 "그런데 AI판사가 본격적으로 법정에 들어와 판단하게 되면 시민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AI라는 것 자체가 데이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원고 혹은 피고들이 AI판사를 신뢰할 수 있도록 기기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외에도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며 "'AI 판사가 어떻게 기능할 수 있다'라는 것들이 법제화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공청회 등의 절차를 통해 입법화를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률사무소 다오 안진우 변호사는 "AI판사의 특성상 증인신문 등 절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렇기에 애초에 법원이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변수가 없는 사건에 한해서만 AI판사에게 배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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