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증권사 대표인 피고인…'투자자 신뢰 침해한다'는 사실 알았을텐데 범행"
"개인 조세 부담 회피하려고 자사주 취득…상속 재산 고려시 부당이득 상당할 것"
피고인 "혈압 및 당뇨로 건강상 위협 느껴…구속 면하게 해달라" 주장했으나 기각
아버지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아끼려고 회사와 짜고 주식을 매매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윤경립(66) 유화증권 대표가 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명재권 부장판사)는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구속 수감했다. 함께 기소된 유화증권 법인은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증권사의 대표로 이번 범행이 주식시장의 공정성과 투자자의 신뢰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는데도 직업윤리를 저버렸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개인의 조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회사로 하여금 자사주를 취득하게 한 죄질이 무겁다"며 "회피한 조세 부담과 상속 재산 등을 고려하면 부당이득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윤 대표는 "잘못을 인정한다. 당뇨와 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상 위협을 느끼고 있어 구속만을 면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대표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윤장섭 명예회장의 유화증권 주식 약 80만주 120억원어치를 회사가 통정매매 방식으로 사들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윤 대표는 회사가 자사주를 공개 매수한다며 공시한 뒤 실제로는 주문 시각·수량·단가를 맞춰 매도·매수 주문을 넣어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통정매매는 시세조종 수단 가운데 하나로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부친은 2016년 5월 사망했다.
검찰은 윤 대표가 지분을 상속하는 대신 회사가 자사주로 취득하게 해 세금 부담을 줄이려 한 것으로 봤다. 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자사주를 확보해 최대주주인 자신의 경영상 지배력도 강화하려 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