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소련에는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가 있었다.(현재 프라우다는 공산당과 무관한 일반신문이다) <프라우다>의 뜻은 진리 또는 진실이다. "프라우다에는 프라우다가 없다"는 러시아인의 농담에서 프라우다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시절 그곳의 악마는 <프라우다>를 입었다고 해야 하겠다. 체제경쟁으로 소련의 진을 빼버린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농담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개와 폴란드 개 그리고 러시아 개가 만났다. 미국 개가 말했다. '내가 짖으면 내 주인이 고기를 주지.' 폴란드 개가 물었다. '고기가 뭔데?' 듣고 있던 러시아 개는 이렇게 말했다. '짖는다는 게 뭐야?..'"
지난 6년 동안 지상파 공영방송 MBC는 시기별로 정권에 대해 극도로 상반된 두 태도를 보였다. 1기는 언론노조위원장 출신 최승호사장 체제가 들어선 2017년 연말전후로부터 2022년 5월까지다. 2기는 정권교체이후이다. 한없이 온순한 애완견으로부터, 이빨을 드러내고 아무 곳이나 물어뜯는 집요한 사냥개로 변했다. 공영방송이 우파정권이냐, 좌파정권이냐에 따라 표변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건전한 비판이나 지적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딴지걸기식 한풀이 가짜뉴스 보도로 정주행했다. 그런 차원에서 '감시견'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최근 MBC 등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일련의 보도에서도 그 이빨을 여실히 드러냈다.
7월 28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동관 후보자 지명 소식으로 도배했다. 전체 아이템 18개 가운데 무려 3분의 1에 해당하는 6개 리포트로 융단 폭격했다. 후보자를 반대하는 진영의 일방적 주장인 '방송장악'을 앞세웠다. 편파와 불공정의 대명사 MBC 라디오는 어땠나?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8월 3일 방송은 "전문성도, 언론관도 문제!"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달고 유튜브에 클립이 올라와 있다.(요즘 라디오는 유튜브에 영상으로 올리기 때문에 라디오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패널도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와 문희정 국제문제평론가라는 反여당 성향 인사들로만 채웠다.
진행자 신장식은 이동관 후보자의 방송통신 전문성에 의문을 던졌다.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역할과 관련해 시대에 걸맞은 정책방향 유무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답정너 진행이었다. 이는 8월 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도 마찬가지다. 이동관이라는 사냥감을 난도질하고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었다. 상식적인 비판이 아니었다. 부정, 적대, 공격의 순환 반복 확대재생산이었다.
MBC의 이런 스탠스는 대선 국면 윤석열 후보에 대한 입장과 별반 다름없다.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종배가 직접 진행하는 코너 <JB Times>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2021년 6월 29일부터 국민의 힘에 입당한 7월 30일을 전후한 시기에 이 코너에 달렸던 당시 제목들을 보면 공영방송 라디오가 맞나싶다. 확증편향으로 왜곡된 진실판별의 편파성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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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권력투쟁 휩싸인 윤석열 '현직 때부터 정치 욕심 있었다' 스스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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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윤석열 "원전 수사 때문에 제가.." 정치 수사였다고 스스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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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확진자 천 명 넘었는데.. 윤석열, 탈 원전 때리다 또 방역수칙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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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윤석열, 원전 수사 압력 받았다고? 누가 했는지 밝힐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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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금품수수' 이동훈 쉴드친 윤석열, 그럼 제발 공작했단 사람을 공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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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윤석열, '골프 접대' 의혹에 적극 반박하는데…. 입증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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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윤석열, 文정권 정통성에 하자? 그럼 자기는 검찰총장 자리 왜 받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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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윤석열, 지지율 20%도 무너졌는데.. 그래도 고집부리며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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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지지율 하락세' 윤석열의 애타는 마음,이젠 국민의힘 가고 싶어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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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윤석열의 잇따른 설화, 실수가 아니라 '철학의 빈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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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TIMES] 윤석열 '후쿠시마 논란' 공부했다더니.. 기초 지식도 없어?!
지난 칼럼에서 다뤘듯 공영방송 MBC 라디오가 선정적이고 저급한 형태의 토크 라디오로 전락해버린 실상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것도 이동관 후보자에 대한 지금의 공세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언론노조가 장악한 MBC의 파행적·퇴행적 편향성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설사 백번 양보해서 언론노조가 주장하듯 과거 보수정부 시절에 공영방송이 정부여당을 제대로 비판을 못 하는, 짖지 않는 감시견이었다고 치자. 그러나 그때는 이런 식으로 반대진영을 죽이려 하는 등의 극단적 편파보도는 하지 않았다. 아니 그리 할만한 근성(?)이 없었다고 할까... 보도국장으로 MBC보도를 책임지던 2017년을 돌아봐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근본적으로는 언론재판을 통한 반대세력에 대한 처단과 말살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20세기에 등장한 대중매체와 함께 더욱 증폭되었다. 특히 좌든 우든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져서 소비에트 러시아에서는 <프라우다>가 나온 것이고, 나치 독일에서는 괴벨스가 이끈 선전선동 매체들이 맹위를 떨치게 되었다.
반면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월터 리프먼의 명저 <여론>, 초창기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탄환이론> 등이 나와서 대중사회와 대중매체의 강대한 영향력이 가져올 부정적 측면을 경고했다. 괴벨스가 선전선동의 교과서로 삼은 'PR과 선전의 아버지'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저서 <프로파간다> 역시 선전의 기술에 대한 탁견을 펼쳤다. 그 책을 뒤집어 보면 선전선동의 사회적 위험성을 볼 수 있다. 미국이 소련이나 나치 독일과 달리 대중매체가 악용되지 않도록 만들었던 것은 단순히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였기 때문만이 아니다.
언론이 민간주도의 다원적인 자유경쟁 시장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원인이다. 동시에 시장독점 폐해를 교정할 수 있는 규제시스템과 반독점 법률체계를 갖추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체주의 국가 소련과 나치 독일에서는 국가 독점언론의 성격상 권언이 한 몸이었다. 권력을 향한 일방적 홍보와 찬양이 이루어지면서 동시에 적대 세력(반공주의자 및 유태인 등)에 대해서는 왜곡과 조작까지 이용한 혐오와 반감 조장, 인격살인, 마녀사냥의 죽창가가 울려 퍼지는 언론재판이 횡행하였다.
과연 지난 5년 동안 언론노조가 주무른 MBC는 어땠는가? 이른바 좌파 성향 지식인이라 분류되어 온 학자와 평론가들조차도 MBC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신간 <MBC의 흑역사>에서 "MBC는 선전선동하는 공영방송이 되었다. MBC는 민주당 정권을 보호하고 사수하고 미화하면서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혹시 민주당 편을 드는 게 방송 민주화라고 생각한 것일까? 이렇게까지 MBC가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도 되는 걸까? 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것이 분명한데도, 자신들이 선과 정의를 독점한 것처럼 굴었다."라고 꼬집고 있다.
진중권 씨도 "실제 지난 정권하에서 KBS는 좀 덜했지만 MBC 같은 경우에 노골적으로 편향적이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은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이냐, 여기에 대해서는 대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말했다.(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2023. 8. 5.) 최근 MBC 시사 프로그램 출연 요청을 거부했던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그의 칼럼 <방송장악의 내로남불(서울신문. 2023. 8. 4.)>에서 이동관 후보자에 대한 비난 이전에 공영방송사들이 선행해야 할 일로서 '자기반성'을 일갈하고 있다. "지난 정부 시절에 KBS, MBC, TBS 같은 공영적 방송들에서 정권 편향적인 방송이 계속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략) KBS도 MBC도 문재인 정부 시절 자신들이 행했던 편파방송에 대해 아무런 성찰도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자정 능력, 아니 그럴 의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신들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만 비판하고 나서니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라고 개탄했다.
2017년 언론노조는 민주당이 작성한 "방송사 구성원 및 시민단체, 학계 중심의 사장 퇴진운동 전개"를 담은 언론‘장악’ 문건대로 착착 실행했다. 이랬던 언론노조가' 반성은커녕 식상한 박해자 코스프레와 언론장악 프레임을 통해 현재 상황을 견강부회하고 있다. 과연 그 누구의 동조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아가 최근 언론노조의 이동관 후보자 지명과 방통위 운영에 대한 반응을 보면 적대감 표출과 언론재판 수준을 넘어 '이성상실'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17년 대선직후 MBC 사장에 취임했던 최승호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자. "분당 흉기 난동이나 잼버리, 폭염 같은 사안들이 방문진 이사장 감사원 소환, 공영방송 장악 등에 비해 만분의 일도 중요하지 않다"고 목소리 높였다. 어안이 벙벙했다. 수정 게시했지만 논란이 벌어진 뒤 일이었다.
최씨는 "해고는 살인"이라며 과거 MBC경영진에 반발했던 사람이다. 당초 올린 그의 페이스북 글에 따른 기준으로 보면 '해고살인'도 공영방송장악 기도에 비하면 만분지일도 중요하지 않았고 그래서 19명이나 해고했나 보다. 또 최근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지금 방통위는 전두환 정권의 국보위 같은 거예요. 권력을 찬탈하기 위한 기구였잖아요, 국보위가. 거기에 선의를 가진 사람이 들어간다고 해서 구조와 결과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이미 망가진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는 방통위에는 김현 위원이든 아무리 뛰어난 야권 위원이 들어간다 한들 구조의 한계 속에서는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제가 그래서 얘기한 게 이럴 거면 아예 구조를 바꾸자. 무너뜨려 버려야 한다는 거예요." 방통위라는 국가 기관을 무너뜨려 버려야 한다? 이런 발상과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걸 보면 이젠 정말 앞뒤 분간 못 하는 홍위병 마인드로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야권 의원들께서 좀 과감한 결단을 내려주시면...(중략) 예를 들면 저는 진짜로 8월 23일 김효재 대행과 김현 의원 (방통위원) 후임은 국회 추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면서 민주당에게 국회의 역할조차 방기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아니 방통위가 공영방송 문제만 논의하고 판단하는 곳인가? 지금 미디어 분야만 해도 글로벌 OTT 기업 대응 등 산적한 현안이 얼마나 많은가? 이것뿐인가? AI 등 혁명적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 미래 미디어와 이용자 정책과 규제도 방통위 소관이 아닌가?
이렇게 뭐가 뭔지 분별 못 하는 하소연은 여당 시절의 민주당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대로 이처럼 되지도 않을 얘기를 민주당에다 대놓고 요구하는 발언을 거리낌 없이 하는걸 보면 그동안 얼마나 언론노조와 민주당이 결합되어 정치행위만 해왔는지를 방증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민주당은 민노총의 행동대장격인가?언론노조가 언론권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혈안이 된 나머지 그 본래적 실상의 밑바닥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버린 것이다.
이 발언에서 또 눈에 띠는 것은 전두환 정권의 국보위를 소환한 대목이다. 언론노조는 이른바 '87체제'의 부산물이다. 그래서인지 틈만 나면 과거 권위주의정권 시절 언론탄압에 대한 저항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전가의 보도로 꺼내 든다. 실상은 어떠했나? 지난 5년뿐이 아니라 2008년 광우병 보도, 그 이전 2002년 김대업 가짜 병풍 보도 이래로 자기 진영에 충실히 복무 해오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결실로 언론노조는 공영방송을 주무를 수 있는 언론권력이라는 '고기'를 정치권력으로부터 얻지 않았는가? MBC같은 공영방송의 경영권을 언론노조가 전유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노조위원장이 출신이 잇달아 사장이 되고, 노조간부들이 본사와 관계사의 임원 자리를 꿰찼다. 이는 또 다른 '언론노조 카르텔'이다. 앞서 언급한 레이건의 유머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변형되어야 맞다. "내가 (주인의 반대편에게) 짖으면 내 주인이 고기를 주지"라고. "짖는다는 게 뭐야?"라고 하는 러시아 개와 같았던 <프라우다> 형태의 언론도 당연히 안 되겠지만 지난 5년간 언론노조에 장악되었던 공영방송과 같은 언론도 안 된다. 이 둘이 될 바에는 차라리 "고기가 뭔데?"라는 폴란드 개가 되는 게 나을 판이다. 그리고 악마는 (디테일과) <프라우다>에만 있었던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