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장기화 속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제기
코스피 4거래일 연속 하락…2500선 초반대로 밀려
외인 엑소더스로 수급 부담 증대…투심 위축 우려
중국판 ‘리먼사태’ 조짐에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뿐만 아니라 신탁사까지 신용 위험이 제기되며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인한 달러화 강세 전망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14일) 대비 45.23포인트(1.76%) 내린 2525.64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9억원, 3591억원 순매도해 하락을 주도했다. 지수는 4거래일(8월10일~16일) 연속 뒷걸음쳐 이 기간 79.48포인트(3.05%) 급락했다.
증권가는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이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증시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수급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는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에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회사채 11종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거래 중단을 선언한 회사채 규모는 모두 160억 위안(약 2조94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구이위안의 이번 회사채 거래 중단은 채무 조정을 시작하는 첫 단계로 평가된다. 회사는 지난 7일이 만기인 채권 이자 2250만 달러(약 296억원)를 이미 갚지 못한 상황이다. 만일 30일간의 유예 기간 이후에도 채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비구이위안은 디폴트에 빠진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상황과 더불어 현지 부동산 기업의 줄도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회사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 규모가 먼저 디폴트에 빠진 헝다그룹보다 4배 이상으로 알려진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 6월과 7월 중국 신규 주택 판매액은 전년 대비 각각 28.1%와 33.1%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개월 째 감소 폭 확대다.
증권가는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중국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 중이다. 국내 경제가 하반기 대(對)중국 수출을 통해 개선을 노렸던 만큼 금융 시장과 증시에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부진은 심각한 공급 과잉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고 가계자산의 70%가 부동산 관련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에도 부정적일 것”이라며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기존 5.3%에서 5.0%로 하향한다”고 강조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비구이위안 등의 부동산 개발 업체뿐만 아니라 중룽국제신탁과 같은 신탁사까지 신용 위험이 파급 되는 상황”이라며 “중국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을 보인 한국 수출 또한 부동산 개발업체 디폴트 위기에 따른 당국의 부양 강도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디폴트 리스크가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일조해 증시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제어해줄 만한 재료가 부재하다”며 “단기적으로 달러보다 위안화 안정이 일단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