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8일차 '이재명 천막' 이모저모
정의당 "단식 멈추고 다음 도모하자"
태영호 '北에서 온 쓰레기' 발언에
항의하러 방문했다가 쫓겨나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째 단식 중인 국회본청 앞 투쟁 천막이 다양한 목적의 방문객들로 인해 어수선한 모습이다. 범야권 인사들의 격려 방문이 이어지는가 하면, 여권 인사로서는 첫 방문객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에게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의원을 출당시키라는 항의를 하러 왔다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끌려나가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재명 대표는 7일로써 단식 8일차를 맞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윤석열 정권의 민생 파괴와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사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반대,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 단행을 내걸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이 대표는 투쟁 천막에서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등을 만났다. 오후에는 권노갑·김원기·문희상·임채정·정세균·김태랑 고문 등 민주당 상임고문단이 이 대표를 격려 방문해 이 대표의 건강을 당부했다.
이날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과 김남희·서복경 전 혁신위원은 범야권 인사들 중 가장 이른 시각 천막을 찾았다. 노인 비하 논란 등으로 혁신위가 조기 해산한 뒤 이 대표와는 공식석상에서의 첫 회동이었다.
이 대표가 김 전 위원장에게 "고생하셨는데 전화도 한 번 못 드렸다"고 하자, 김 전 위원장은 "괜찮다. 힘내고 일어나시라"라며 "이게 사즉생이다. 죽기 살기로 해야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 중 불거진 가정사 논란을 시사하듯 "나도 고비를 넘겼다. (시누이에게)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세상에 선의를 가진 사람이 많은데, 악의를 가진 사람들 소수가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세상의 물을 많이 흐린다"라며 "세상에는 인간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고 김 전 위원장을 역으로 위로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고, 이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단식' 이재명, 찾아온 김은경에 "고생
하셨는데 전화도 한 번 못 드렸다"
김은경, 이재명 향해 "나도 고비 넘겨
…(시누이에게) 법적 대응 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건강에 우려를 표하며 단식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으로 국민들에게 이 정도의 각오를 보였으니 이제 단식을 접고 실질적인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라며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고 기운을 차리면 이 막혀있는 정국을 뚫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누자"라고 말했다.
또한 "국회에 산적한 일들을 처리하고 이재명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뚫고 가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상기하면서 지금은 기운을 차리고 더 많이 싸워 나가야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정의당도 윤석열 정부를 경험하며 이미 '거대한 퇴행'이라고 이번 정부를 평가했고, 이 평가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이 투쟁을 더욱더 확대하고 가열차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대표가 건강을 챙겨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이 대표를 격려차 방문하고, 정부와 여당을 향해선 '대화에 나서라'라고 압박했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상임고문단을 대표해 읽어 내려간 성명에서 현 시국을 "한국 정치의 위기"라고 보고 "한국 정치는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폭주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결과 파탄의 정치를 풀어야 할 1차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며 "정부·여당은 우선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대화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발이다. 만나면 길이 생긴다"라며 "정부·여당이 대화를 시작하면 이재명 대표 역시 우선적으로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대통령의 뜻에 반하면 반국가세력이라 하니 대통령이 곧 국가가 된 상황"이라고 했다. 임채정 상임고문은 이 대표를 위로하며 "앞에 큰 봉우리들이 있고 싸움은 한 번에 끝나지 않으니 몸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상임고문단, 정부·여당 대화에
나설 경우에는 이재명 단식 중단 제안
93세 권노갑 성명 낭독 "한국 정치가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폭주하고 있다"
반대로 단식 천막을 공개 방문한 '첫 여당 인사'인 태영호 의원은 이 대표에게 항의 중 민주당 의원들에게 끌려나갔다. 이 대표는 태 의원의 항의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태 의원은 전날 대정부질문 도중 자신에게 "북한에서 온 쓰레기"라고 발언한 박영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출당과 제명을 요구했다. 태 의원은 자신의 항변 내용이 든 A4 용지를 들고 와 "전날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을 하는 도중 나를 향해 원색적인 막말을 했다"라며 "빨갱이, 북한에서 온 쓰레기, 공산당 부역자란 말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쫓겨난 태 의원은 농성장 옆 본청 입구 앞에서 박영순 의원 출당과 의원직 박탈, 민주당에서 출당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을 요구하는 항의 성명을 읽었다.
이 대표는 태 의원이 떠난 후 "본인은 엄청 억울했던가 보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이어 "자기도 살아남을(공천을 받을)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면서도 "저래도 못 살아남을 것 같은데?"라고 주변에 묻기도 했다.
태 의원의 항의방문에 대해 박성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정부의 실정과 무능에 항의하며 단식하는 야당 대표를 찾아와 행패 부리는 여당 의원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라고 반문하고 "태영호 의원의 후안무치함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이날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을 지지하겠다며 국회 경내로 들어선 이 대표의 맹목적 극성 지지자들 중 일부가 국회본청 옆건물인 소통관 앞에서 펼쳐지던 간식 판매 행사장 앞에서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 대표 극성 지지자들은 간식 판매인들을 향해 "어떻게 바로 옆에서 (이재명) 대표가 굶고 있는데 음식을 파느냐" "지금 다 쓰러져가는 사람한테 모욕적인 일"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