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13일 박 전 대통령 사저 첫 예방
"총선서 이기기 위해 보수 대단합 해야"
朴 "여당 대표로 든든하고 잘될 것 같다"
尹 방문 의사에…"朴, 긍정적으로 답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보수진영 통합행보에 나섰다.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김 대표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보수가 대단합 해야 한다"고 운을 띄우자, 박 전 대통령도 "여당 대표로서 든든하고 잘될 것 같다"고 화답한 만큼 실제 보수대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가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수 빅텐트' 완성을 위한 운을 띄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위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김 대표는 박대출 정책위의장,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김용환 당대표 상황실장과 동석했고, 박 전 대통령 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함께 했다.
이날 회동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오후 4시 30분에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위치한 사저를 직접 방문하겠다는 공지가 나온 건 이날 오전 9시 30분께였다. 미리 일정이 공유될 경우 대규모의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우려 섞인 일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배려의 차원에서 급하게 공지된 것이란 게 여당 측 설명이다. 앞서 김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박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을 세운 바 있지만 당시 당 지도부 설화, 중도층 외연 확장 문제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의 이유로 예방 일정을 연기했다.
박 전 대통령과 김 대표의 예방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모인 인원은 60~70대 여성 20여명뿐이었다. 본인들을 경주에서 온 산악회라고 소개한 이들은 사저 앞 100m쯤에 마련된 대형 태극기 앞에서 "박근혜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기념사진 촬영을 했을 뿐 사저 앞에선 오래 머물지 않았다. 또 사저 앞에서 유튜브 생중계하는 보수 유튜버도 1~2명에 그쳤다.
갑작스러운 만남에도 이날 예방은 오후 4시 20분부터 5시 10분까지 약 5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과 김 대표가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과거 일들에 대한 회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설명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여당 대표이기 때문에 그 책임만큼 열심히 잘하시라.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것"이라며 "여당 대표로서 든든하고 잘될 것 같다. 잘하셔서 꼭 좋은 성과를 얻길 바란다"고 격려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과거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 전 대통령의 지난 정치여정이 테이블에 오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예방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천막당사 결단을 통해 당을 되살린 역사를 되짚어봤다"며 "그 후 연전연승, 선거 승리를 이루었던 박 전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서도 환담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을 번영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기여했던 것도 되짚어 보며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우리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며 "힘을 모아야 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가진 경험이나 영향력 등과 함께 대동단결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보수통합을 강조했다.
더 큰 수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보수 빅텐트' 구성의 운을 띄웠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는다'고 했더니 '만나뵈면 한 번 모시고 싶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전해드렸더니 (박 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앞서 두 차례 만났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예방했고,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윤 대통령을 축하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지난 3월 15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지난 4월엔 서울 마포구 소재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을, 5월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점을 소개하며 보수 통합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 출신 역대 대통령을 찾아뵙고 돌아가신 분들의 흔적을 찾아가며 당의 뿌리를 확인하고, 보수당 자취를 되돌아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대동단결과 관련해 최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총선 출마설이 나오는 등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 역할 등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다. 덕담과 안부를 나누는 자리였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