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당선된 지난 4월엔 공개했지만
'이재명 영장심사' 고려해 결과만 공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으로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퇴한 가운데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에서 범명(범이재명)계 홍익표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다만 후보자들의 비전과 당을 이끌 계획 등을 듣는 정견발표는 언론에 비공개 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과, 정견발표를 왜 비공개로 하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공존했다.
민주당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제4기 원내대표 보궐선거를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후보자는 김민석·홍익표·남인순 의원(모두 3선·기호순)이었다. 1차 투표 결과 과반 득표자 없이 홍 의원과 남 의원의 결선투표 끝에 홍 의원이 최종 당선됐다. 후보별 득표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선관위원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오늘 원내대표 선출은 보궐선거인 점을 감안해 조용하고 차분하게, 비공개로 진행되니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은 만큼 선거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치러졌다. 투표 시작 전 정청래 최고위원의 인사말에도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이어 원내대표 보궐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지금 이 시간은 이 대표가 법원에 출두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기에 가급적 선거를 차분하고 조용하게 치르자는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10여분의 짧은 공개 의총 후 이어지는 후보자들의 정견발표부터는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다. 그러자 의총장에서는 정견발표를 왜 비공개로 하냐는 항의가 나왔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정견발표를 비공개로 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사회자인 한 의원은 "변 의원이 모두 설명했는데 늦게 참석 하셔서 못 들으셨나보다"고 미미한 설전이 오갔다.
이어 비공개 전환 후 뒤늦게 의총장으로 들어가던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보궐선거 결과 발표를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정견발표가 비공개냐"라며 "왜 (비공개인가), 아니 왜?"라고 수 차례 되물었다.
후보자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식견을 정견발표를 통해 알리고, 유권자는 이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비전을 판단하며, 언론은 이를 국민에 알려왔다.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일반 국민이 아닌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투표하기 때문에 반드시 공개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간 관례적으로 공개해 왔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당선된 지난 4월 선거 당시에도 정견발표는 공개됐다.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우리 당이 확실하게 확장해야 할 전략 계층은 2030 청년과 수도권 중도층, 여성"이라는 등의 포부를 밝혔다.
당시 경쟁자로 출마한 홍익표 의원도 정견발표에서 "내 머릿속엔 친명·비명이 아니라 공명과 정명만 있다" "공천 과정에서 여러분이 걱정 않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겠다"는 등의 각오를 국민에 알린 바 있다.
보궐선거 종료 후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견발표를 비공개로 해도 문제되진 않지만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후보 각자의 포부와 비전을 밝히고 이를 국민에 알려야할, 명색이 '원내 제1당' 타이틀을 달고 있는 민주당이 정견발표까지 비공개로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신임 원내대표 수락연설에서 "어려울 때 힘든 자리를 맡았다"며 "이제는 원팀이다. 꼭 우리 민주당이 원팀이 돼서 이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의총 산회 선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표 색출 논란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자신의 정치적 선택과 관련해 민주성과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