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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다 지켜야 하나"…'병립형 회귀' 명분 쌓는 민주당 지도부 [정국 기상대]


입력 2023.12.08 05:15 수정 2023.12.08 05:15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지도부, 이재명 '멋진 패배 무용론' 이후 현실론 강조

홍익표 "15일까지 위성정당 합의 안되면 다시 판단"

이미 당론 채택한 여당 탓하며 공약 파기 정당화 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위한 명분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멋진 패배 무용론'을 거론한 뒤 당 지도부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여당 탓'도 나왔다. 여당이 위성정당 방지 제도 개선에 합의해주지 않아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대선 공약 파기'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현재 선거제도의 가장 불합리한 허점인 위성정당 방지 제도 개선이 지금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라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15일 기한을 넘어서도 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그에 따른 민주당의 판단을 다시 한번 해야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15일까지 정개특위에서 위성정당 방지에 대한 제도 개선을 합의해주고 여당의 이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대선 공약 파기를 위한 빌드업(준비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총선용 위성정당 출현을 방지하기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연동형을 언급한 적도 없는데 민주당이 위성정당 방지 제도 개선을 합의해달라고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건 결국 대선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빌드업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기하고 병립형 회귀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즉, 15일까지 위성정당 방지 제도 개선에 국민의힘이 합의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해석은 홍 원내대표의 최근 '약속' 관련 발언 때문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는 지난 5일 CBS라디오에서 "내가 우스갯소리로 우리 당 의원들에게 '대선 때 우리가 정치개혁 한다고 한 약속을 다 지키면, 당시 3선 연임 금지까지 약속했는데 그걸 다 지킬 건가.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하느냐'고 물었다"라며 "물론 약속은 지켜야 되는 거고 정당이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엔 당당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단이 사실상 없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현행을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 창당을 기정사실로 한 만큼 '현실론'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친명(친이재명)계 김영진 의원이 전날 MBC라디오에서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놓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자는 게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를 통한 병립형이 지금 여야가 최소한 합의할 수 있는 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에도 "일보 전진을 위해 여야가 합의에 의해서 이 제도(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과 같은 친명계도 이 대표의 '멋진 패배 무용론' 이후 '병립형 회귀'에 힘을 싣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지난 번에 준연동형이 굉장히 국민의 표의 등가성·대표성 또 비례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좋은 제도라고 실시했지만 위성정당을 막지 못했다. 위성정당을 막을 법률적 방법이 없다"며 "지금 위성정당방지법이라고 나온 법안도 사실 굉장히 부실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그런 상황에서 다시 그것이 연동형으로 간다고 하게 되면 굉장히 많은 정당들이 난립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과연 거기에 나온 분들이 적절한 자격이 있는지 검증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위성정당이 나오면 아무리 민주당에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든다 하더라도 (위성정당은 결국) 만들어진다. 이랬을 때 민주당은 병립형으로 가도 비난받고, 연동형으로 가도 비난받는다"라며 "이럴 바에는 병립형이 좋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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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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